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 한 장씩 읽고 그리는 서양 미술 히스토리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박현지 옮김 / 탐나는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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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둔 밤을 밝히는 가로등과 같다. 그래서 예술이 맹활약하는 시대는 태평성세가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역경의 시대다. 전쟁과 재난이 발발하거나 역병과 기근이 전 세계를 덮칠 때, 미술 작품은 대중의 마음을 다독이는 위안의 양식이 된다. 그리고 주제나 양식, 기법 면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뛰어난 명작이 탄생하곤 한다. 일본의 미술사가 이케가미 히데히로에 따르면, 미술사는 미술 작품을 매개로 사람을 알고 자기 자신을 아는 학문이다. 그래서 미술사는 역사학이면서 동시에 철학의 측면도 지닌다.

미술사는 작품의 정신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한다. 정신적 측면이란 작품의 의미와 내용을 살피는 것이고, 물리적 측면이란 양식과 기법, 재료 등을 살피는 것이다. 양식은 크게 개인 양식과 시대 양식으로 나뉜다. 책을 볼 때 줄거리나 내용을 한 페이지 정도로 요약하는 것처럼, 미술 작품을 볼 때도 스케치 기술과 묘사 기술을 이용해 정리한다. 작품의 약도를 그리는 스케치 기술과 말로 설명하는 묘사 기술은 미술사를 배우기 위해 익혀야 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특히 나처럼 핏속에 먹물이 흐르는 이는 묘사보단 스케치에 열중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이다. 미술 작품 감상에도 '새로운 눈'이 중요하다. 그럴 때 필요한 도구가 '도상학'과 '도상해석학'이다. 도상학은 그 그림이 '무엇'을 그렸는지 상징이나 속성, 알레고리가 가진 의미를 해석한다. 한편, 도상해석학은 그 그림을 '왜' 그렸는지 분석한다.

그림 해석에 사용되는 세 가지 기호 이미지인 우상(아이콘), 지표(인덱스), 상징(심볼), 그리고 사람을 이용해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는 '의인상'과 특정 메시지가 담긴 이미지인 '알레고리'도 알아두면 그림 감상에 깊이가 생긴다. 그런데 도구를 활용할 땐 도구에 갇히면 안 된다. 다시 말해, 기존의 해석 틀에 갇힌 감상이나 닫힌 해석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열린 감상과 창조적인 해석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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