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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컨트롤러 - 누가 내 선택을 조종하는가?
김민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제의 크고 작은 선택이 오늘을 만들고 삶을 이끈다. 인지심리학자 김민식은 인간이 어떻게 정보를 선택하고 변형하고 저장하는지,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를 뇌과학과 인지심리학, 인지신경과학에 기대어 설명한다. 다소 체계적이진 못하지만, 인지심리학이 즐겨 다루는 단골 주제들을 설명하는데, 특히 인지 편향, 기억, 주의력, 행복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다.
인지심리학자는 마음을 "뇌가 하는 정보처리 과정 혹은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해서, 마음이란 뇌의 작업이다. 저자는 우리의 뇌와 마음은 자유의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유의지를 신봉하는 철학자가 들으면 펄쩍 뛸 발언이다. 인지심리학자가 자유의지를 불신하는 이유는 우리의 선택 대부분이 '무의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의식'이란 "우리의 뇌가 의식적 자각 없이 처리하는 모든 마음의 작동 과정"을 의미한다.
물론 선택에는 의도적인 의식적인 선택도 있다. 하지만 거개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선택 혹은 습관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유명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가스라이팅을 하거나 당하거나, 음주운전과 마약 같은 비합리적인 결정과 '막행'으로 카메라 세례와 대중의 손가락질을 듬뿍 받고 몰락한 유명인사의 명단은 길다.
현대인이 자주 범하는 인지 오류는 확증 편향과 내편 편향, 정박 효과의 탓이 크다. 확증 편향이란 이미 알고 있는 선입견이나 믿음을 강화하려는 경향이다. 본인의 견해와 부합하는 정보만 주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내편 편향이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옳다는 지나친 확신에서 비롯된다. 주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다른 사람이나 혹은 다른 집단과 대립 갈등하는 상황에서 증폭되곤 한다. 정박 효과는 "마치 배가 정박할 때 닻을 내리면 그 주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판단이 사전에 주어진 기준을 중심으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말한다.
인지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주의'에 의해 선택되지 않은 정보는 의식할 수 없다. 우리의 주의는 크게 세 가지다. 외인성 주의(비자발적 주의), 내인성 주의(자발적 주의), 그리고 습관적 주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은 이른바 '무주의 맹시' 현상을 입증했다. 다시 말해 눈앞에서 일어나는 시각적 정보들도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인지심리학의 단골 주제는 기억이다. 기억 과정은 은행에 돈을 맡겼다가 찾는 과정과 흡사하게, 부호화(입금), 저장, 인출 단계가 필요하다. 기억은 크게 외현적 기억(의식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무의식적 기억)이 있는데, 외현적 기억은 일화 기억과 사실 기억으로 나뉘고, 암묵적 기억은 운동 기술이나 습관 같은 것이 해당한다. 또한 억압된 기억, 유도된 기억, 조작된 기억 같은 오기억의 문제도 다루는데, 오기억은 특히 자신의 일화로 구성된 자서전적 기억에서 주로 나타난다.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을 미화시키거나 혹은 자신이 피해를 감내했다고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이런 오기억은 주변 사람들의 잘못된 암시나 오정보에 의해서도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