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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안경 ㅣ 어린이 작가교실 9
남상현 지음,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기획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3년 5월
평점 :
내가 그림책을 읽는 이유는 푸근함 때문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어려서 익히 좋아한 만화 캐릭터들, 가령 강가딘, 곰돌이 푸나 구피, 톰과 제리를 사랑하는 이유는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은근한 포근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늦가을 자판기 커피처럼 구수하고 달달하게 마음을 녹여주는 힘 때문이랄까. 그림책이 지닌 그런 힘은 작가의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그림책 《행복한 안경》(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3)의 저자는 강화도 합일초등학교 4학년생이다.
책 말미에 그림책의 저자인 남상현 인터뷰가 실려 있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답한다. 밝고 순수한 심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그림책은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 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라고 한다. 고운 마음결을 지닌 작가를 발굴해낸 멋진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안경은 눈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구다. 5년 동안 안경점에 있던 안경이 드디어 천사같은 주인을 만났다. 다음날 학교에 간 주인은 칠판 글씨를 잘 볼 수 있었고, 같은 반 친구들 얼굴도, 계란말이며 수박 같은 맛난 점심도 선명하게 잘 보였다. 그런데 체육 시간에 주인이 달리다가 넘어졌다. 충격으로 안경 다리가 부러졌고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너무 급작스런 불길한 전개에 좀 놀랐다. 그래도 안경은 슬프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잠깐이지만 오히려 행복했다고.
나는 주인의 손길을 탄 사물은 혼을 지닌다고 믿는 편이다. 비록 망가졌지만 포근한 마음을 지닌 이 안경이 다시금 새롭게 재생되어 다른 누군가의 눈을 환하게 밝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히 저자가 속편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