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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독자와 궁합이 맞는 작가가 있다.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가 바로 내겐 그런 작가다. 나와 같은 세대라서 그런진 몰라도 좋아하는 문화적 취향이 비슷하다. 비틀즈 음악, 성룡 영화, 니체 철학 같은 자잘한 문화적 선호도 그러하고, 무엇보다도 테러와 폭력 같은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가벼운 유머와 만화적 명랑으로 다루는 특유의 시그니처가 매력적이다. 물론 내가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내 취향과는 꽤 먼 작품도 없지 않았다. 특히 일본 야구를 소재로 한 일부 작품이 그러했다. '이사카 월드'에는 사신, 갱, 킬러처럼 개성 만점의 인물들이 곧잘 등장하지만, 소시민적 성향의 마음씨 착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게 더욱 큰 장점이다.
그의 신작 『페퍼스 고스트』(소미미디어, 2023)에도 소시민적 주인공과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2인조 콤비가 등장한다. 두 줄기의 이야기 흐름이 평행선을 타다가 갑작스런 계기로 하나의 파도가 되어 출렁거리게 된다. 작중작 이야기 같았던 허구의 인물들이 위기에 빠진 주인공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시민적 주인공은 중학교 국어 교사 단이다. 다만, 단은 다른 사람에게 비말 감염되면 그 사람의 미래를 선행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 이 능력은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일종의 특이체질 같은 것이다. 또다른 이야기의 축을 담담하는 2인조 킬러는 '고지모 사냥꾼'이라 불리는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다. '고지모'란 고양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리는 '고양이 도살자'의 팬덤 단체인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의 줄임말이다. 두 사냥꾼은 고양이를 학대한 고지모 멤버들을 추적해 그들이 이전에 고양이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한다.
단이 담임하는 반 학생들 가운데 사토미 다이치와 후토 마리코가 있다. 우연히 사토미가 탄 기차가 탈선 사고가 일어나는 미래의 장면을 보고 이에 개입하게 됨으로써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토미의 아버지에게 특수한 관심을 받게 된다. 한편, 후토 마리코는 자신의 습작 소설을 담임에게 보여주고 평을 듣는데, 소설 주인공이 바로 고지모 사냥꾼이다. 두 콤비는 성향이 음양처럼 상반된다. 러시안블루가 세상의 위기를 한없이 걱정하는 비관적인 캐릭터라면, 아메쇼는 걱정이 없고 무한 긍정의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