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문외한의 눈, 아마추어의 눈, 전문가의 눈. 문외한은 말그대로 그 분야에 대해 교육도 받지 못했고 정보나 지식도 전혀 없는 생짜, 요즘말로 무지한 트롤들이다. 아마추어란 한 분야에 발을 내딛었지만 교육도 정보도 기술도 원만하지 못하거나 한쪽이 크게 기울어진 경우다. 전문가는 한 분야의 공인된 프로로, 교육, 지식, 기술의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 '안목'이란 말은 전문가의 눈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트롤이든 아마추어든, 사고방식을 전환하려면 전문가의 두뇌를 훔쳐야 한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일으킬 때와 같은 식으로 사고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해결에는 사고의 전환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리고 사고의 전환은 곧 인식의 변화, 지각의 변화, 심지어 세계관의 변화다.
미술사가이자 변호사, 리더십컨설턴트인 에이미 E. 허먼은 사고의 전환을 배우기 위해 좋은 멘토를 찾아나선 트롤들과 아마추어들에게 예술가를 추천한다. 예술가의 창작과 문제해결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지각의 기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빈치나 피카소 같은 미술의 거장들은 한마디로 월드클래스 수준의 문제해결사다. 탁월한 예술가는 우리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고 예술을 통해 상식에 도전하고 평소에는 간과한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저자는 무척 다양한 화가의 그림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1819)을 범례로 내세우면서 여러가지 지각의 기술을 선보인다.
예술가의 창작 과정은 크게 준비 단계, 밑그림 단계, 전시 단계로 나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속적인 관찰과 편견 없이 바라보는 태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 보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불편은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발명가가 불편을 해결해 세상을 좀더 편하게 만들려고 한다면, 예술가는 문제를 해결해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려고 한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 예술가에겐 문제란 창작의 어머니인 것이다.
"예술 창작과 마찬가지로, 문제해결은 우리가 수집한 재료(혹은 정보)로 일관된 서사를 만드는 과정이다. 예슬가는 거친 원재료만으로 시작해서 이내 재료를 조합하여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1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