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사피엔스 -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신인류의 탄생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4
홍기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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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두 부류의 인간을 구분한 적이 있다. 바로 도로형 인간과 오솔길형 인간이다. 도로형 인간은 분주하게 도로를 내달리며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는, 기술문명의 혜택에 길들여진 이익 추구형 인간 유형이다. 반면에, 오솔길형 인간은 특정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보다 자연의 진솔함을 향유하려는 의미 추구형 인간 유형이다. 나는 '기술'의 의미와 '기술혁명'의 사회적 파장력에 생각이 미칠 때마다, 이 두 인간 유형을 떠올리곤 한다.

도로형 인간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그 사회적 파급력을 미화하거나 과장하곤 한다. 그래서 도로형 인간의 기술 담론은 양 극단에서 멤돌곤 한다. 장미빛 유토피아 논조로 흐르기도 하고, 황폐하기 그지 없는 디스토피아적 논조로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솔길형 인간은 그런 도로형 인간의 이런저런 '뻥카'에 속지 않는다.

어느 업계든 뻥카는 존재한다. 그런데 IT 업계는 뻥카의 정도가 좀 심하다. '혁신'이라는 말이 가장 난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 운운했지만, 우리 실생활에 피부처럼 와닿은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은 없었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NFT, 매타버스도 결국 뻥카였다. 요란하게 쏘아댔지만 제대로 타오르지도 못하고 꺼져버린 불발탄 같은 것들이랄까.

경제학자 홍기훈은 5년에서 10년 주기로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매번 새 기술이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간만에 혁신다운 혁신이 나왔다. 바로 챗GPT다. 저자는 머신러닝과 AI에 초점을 맞추어 GPT 기술의 맥락과 특징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변화와 경제적 기회에 대해 들려준다. 그러면서 "현재 챗GPT에 쏟아지고 있는 과도한 관심과 지나친 포장 그리고 테마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성 멘트도 빼놓지 않는다.

인공지능 연구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나 기술적 특이점을 강조하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모두 앞서 언급한 도로형 인간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모두 점점 커져가는 'IT 버블'에 일조한 셈이다. 저자는 "실적 없는 혁신이 과연 혁신인지 아니면 기만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챗GPT도 결국 '맞춤형 거대 검색 엔진'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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