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월드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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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거울은 또다른 지옥이다, 천국이 아니라. 여성 중심의 가모장제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의 도착적 거울 이미지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부장제가 남존여비의 사회라면, 아마존 사회의 가모장제는 분명 여존남비의 사회일 것이다. 모두 구조적 불평등과 성차별이 난무하는 사회다. 일본 작가 야즈키 미치코의 판타지 소설 《미러 월드》(하빌리스, 2023)는 남녀 성역할이 역전된 가상의 세계를 통해, 오늘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현실을 뒤집는 또다른 웃픈 지옥의 모습을 풍자한다. 가부장제의 도착은 평등이 아닌 또다른 차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이야기는 하라스기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세 명의 아버지들, 이케가야 요시오, 나카바야시 스스무, 스미다 류지의 관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셋 모두 하라스기 중학교 학부모회 임원인데, 요시오는 1학년 서기, 스스무는 3학년 부회장, 류지는 1학년 회계다. 그리고 이들 이야기 간극마다 자녀 이야기가 삽화처럼 등장한다.

가부장제의 모토는 '남주외 여주내', 즉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집안일을 하는 것이 평범한 상식이다. 하지만 미러 월드에선 여성이 가족을 위해 밖에서 일하고, 남성은 육아와 집안일에 힘쓴다. 가부장제의 성차별적 모토가 '여자의 적은 여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면, 여성 중심의 미러 월드의 성차별적 모토는 '남자의 적은 남자', '수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는 하늘, 남자는 땅'이다. 미러 월드는 극도의 성차별 사회다. 제도권 곳곳마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분리의 유리막이 가로놓여 있다. 권력의 키를 여성이 쥐고 있기에, 동네 마트 점장부터 기업 수장, 한 나라의 수장까지 모든 단체의 요직을 여자가 맡는다. 간혹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된 남자들은 불평등과 혐오, 차별들을 감수하면서 성폭력과 갑질의 피해자 신세가 되곤 한다.

가부장제 사회의 남녀평등주의자가 여성 입장에 선 페미니스트라면, 미러 월드의 남녀평등주의자는 남성 입장에 선 '매스큘리스트'다. 여성의 권리와 역할이 신장된 미러 월드의 사회는 여성에겐 천국이고 남성에겐 지옥인 사회가 아니라, 기실 양성 모두에게 매우 불편한 위험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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