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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어 뮤지컬 This is a Musical - 99개 작품, 350개 넘버로 만나는 뮤지컬의 재발견
최지이 지음 / 라곰 / 2023년 5월
평점 :
내 인생의 뮤지컬은 먼저 뮤지컬 영화로 다가왔다. 기억에 남는 것만 대략 추려보면 《사운드 오브 뮤직》《그리스》《오페라의 유령》《라이언 킹》《에비타》《물랑루즈》《렌트》《맘마미아》《모아나》《레미제라블》《영웅》 등이다. 하지만 뮤지컬다운 뮤지컬은 의외로 손에 꼽을 정도다. 뮤지컬이란 장엄한 성채 주변에서 고작 담벼락 너머로 껑충대며 기웃거리는 수준이랄까. 그래서 그만큼 뮤지컬 배우 최지이의 뮤지컬 입문서 『디스 이즈 어 뮤지컬』(라곰, 2023)이 반가웠다. 99개의 작품과 350여 개의 넘버(Number, 뮤지컬에서 쓰이는 곡)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대한민국의 창작 뮤지컬을 집중 소개할까 한다. 케이 뮤지컬이 세계 만방으로 뻗어나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날들》은 김광석의 주옥 같은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란 "기존의 히트곡을 가져와 뮤지컬로 재가공해 넘버로 사용하는 뮤지컬"을 일컫는다.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하는 원칙주의자 정학과 자유로운 영혼의 무영이 한중수교의 비밀과 연관된 '그녀'를 경호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요 넘버는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나의 노래〉 등이다.
《김종욱 찾기》는 여자 주인공이 첫사랑을 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주요 넘버는 〈김종욱 Song〉, 〈여자의 결심(나라의 결심)〉, 〈남자의 첫사랑(기준의 첫사랑)〉이다.
《레드북》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작가 안나의 이야기다. 안나는 잡지 「레드북」에 아무런 꾸밈없이 여성의 성적 욕망을 담은 글을 기재하는데, 곧 사회를 문란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게 된다. 주요 넘버는 안나의 자기선언이라 할 수 있는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안나와 변호사 브라운의 로맨스를 담은 〈사랑은 마치〉,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를 불온하게 여겼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글을 쓰며 자신들을 위로하던 여성들이 로렐라이 언덕에서 모여 부르는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등이다.
《명성황후》는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으로 일본 측에 살해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다. 주요 넘버는 조선의 무과 시험 장면으로 15명 남짓되는 배우들의 기합 소리와 칼군무가 매력적인 〈무과시험〉, 〈나의 운명은 그대〉, 〈어두운 밤을 비춰주오〉, 비탄에 빠진 백성들 앞에 황후와 상궁, 궁녀들의 혼이 나타나 부르는 〈백성이여 일어나라〉 등이다.
《베르테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원작인 창작 뮤지컬이다.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상대로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좌절을 겪는 베르테르의 이야기다. 주요 넘버는 〈하룻밤이 천년〉,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의 희망을 표현한 〈어쩌나 이 마음〉, 로테를 잊기 위해 떠나기로 결심한 베르테르의 절망을 표현한 〈발길을 뗄 수 없으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베르테르에게 그저 자신을 예전처럼 대해 달라는 로테의 〈다만 지나치지 않게〉, 로테에게 거절당한 베르테르가 떠난 후 로테가 부르는 〈불길한 내 마음〉 등이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를 담았다. 주요 넘버는 안중근의 〈장부가〉, 이토의 〈황혼의 태양〉, 명성황후의 궁녀였던 설희의 〈당신을 기억합니다〉, 법정에 선 안중근 의사가 최후진술에서 이토를 살해한 이유를 밝히는 〈누가 죄인인가〉, 오케스트라의 관악기 소리가 웅장함과 긴장감을 더하는 〈추적1〉 등이다.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에게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의 피해자인 '웃는 남자' 그윈플렌의 이야기다. 주요 넘버는 〈세상은 잔인한 곳〉, 〈나무 위의 천사〉, 〈모두의 세상〉, 〈그 눈을 떠〉, 〈그럴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