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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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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말이 치매와 암이라면, 아이를 가진 젊은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말은 바로 '장애'다. 특히 발달장애와 인격장애가 그러하다.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의사의 말이 부모 귀에는 청천벽력과 같다. 그런데 장애는 보통 스펙트럼처럼 넓은 폭과 다양한 양상을 지니고 있어 간혹 증세는 있지만 장애의 틀에 명확히 잡히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발달장애와 비슷한 증세가 있지만 장애라고 진단 내리기는 힘든 이들을 가리켜 그레이존(gray zone) 인간 유형이라고 부른다.
발달장애는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HSP(Highly Sensitive Person·매우 예민한 사람) 등을 말한다. 발달 특성을 조사할 때 발달검사라는 것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웩슬러식 지능 검사다. 웩슬러식 지능검사는 아동용 WISC(위스크), 열여섯살 이상의 청년, 성인용 WAIS(웨이스) 등이 있다. 웩슬러식 지능검사는 전반적인 지능지수(IQ)뿐만 아니라 언어 이해, 지각 추론, 작업 기억, 처리 속도라는 네 가지 능력 지수를 알 수 있다.
자폐증을 예로 들어보자. 자폐증의 커뮤니케이션 장애는 크게 세 가지 진단 기준이 있다. 상호적, 정서적인 관계 장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장애, 사회적 스킬 장애다. 자폐성 장애 스펙트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상당히 소극적이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게 힘들다.
▶함께 놀 친구들이 없다.
▶이야기할 때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 자리의 분위기나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채는 게 힘들다.
▶일방적으로 떠들거나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농담이나 빈정거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DSM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자폐증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장애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증세,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어야 한다. 가령 한 가지 같은 행동 패턴에 집착하는 등 자폐증의 특징을 일부 보이지만 정확한 진단기준은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바로 회색지대에 해당한다. 또한 자폐증과 혼동하기 쉬운 것으로 회피형 애착 스타일이 있다. 자폐증과 달리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냥 스스로 관계를 피하는 것이다. 회피형 애착 스타일은 타인과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애정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들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에도 소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