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史記 100문 100답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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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 기전체 사학과 전기문학의 비조다. 그래서 사성(史聖)이란 칭호와 문선(文仙)이란 칭호가 붙는다. 《사기》는 "전설상의 제왕인 오제로부터 한 무제에 이르는 역사를 개관한 역사서로 본기(제왕), 표(연표), 서(제도, 문화), 세가(제후), 열전(인물)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공식 역사서의 기틀이 된 기전체는 본기의 '기'와 열전의 '전'을 합친 말이다. 사마천은 역사서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나열한 기록이 아니라,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관통하여 일가의 말씀을 이룬" 서사적 담론이라고 보았다. 특히 열전은 전기문학의 원류라 할 수 있는데, 역사가 '천지인' 삼재 가운데 그 무엇보다 '인간의 탐구'라는 점을 크게 부각시킨 셈이다. 《사기》의 기전체 형식은 후대 중국의 정사와 한국의 《삼국사기》와 《고려사》, 일본의 《대일본사》, 비엣남의 《대남식록》 등에 영향을 미쳤다.

사마천은 역사적 인물에 나름의 입장과 주관적인 판단이 있었다.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꼰대가 보기에, 본기에는 제왕만이, 세가에는 제후와 왕만이 들어가야 했지만, 정작 사마천은 역사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융통성을 발휘했다. 그래서 제왕을 다룬 본기에 항우와 여태후가 들어가고, 세가에 공자와 진섭이 들어간 것이다. "사마천은 진섭의 봉기가 진나라 멸망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판단하여 그의 봉기를 혁명에 비유하면서 그의 전기를 세가에 넣는 파격적인 대우를 한 것이다."

사마천은 역사 서술에 문학적 기법과 드라마적 구성을 가미했다. 가령 <백이열전>과 <굴원가생열전>은 비극적 드라마다. 사마천은 의로운 백이와 숙제의 죽음을 빌려 천도와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날카로운 의문을 던지고, 굴원의 억울하고 답답한 죽음에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투영했다. 섭정, 예양, 형가 등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다'는 명분으로 피를 뿌린 자객들의 이야기인 <자객열전>과 "권력자의 눈 밖에 난 치외법권 지대의 인물들에 관한 전기"인 <유협열전>은 무협소설의 원조다. 의협심이 넘치는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면서 기이한 고사에 낭만적 색채를 더했다.

열전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편은 <조선열전>이다. 사마천이 38세인 기원전 108년에 고조선이 멸망했다. 따라서 <조선열전>은 전쟁 속보와 다를 바 없는 동시성과 현장감의 비중을 갖는다. 한 무제가 고조선 정벌에 나섰고 초기 전황은 조선에 유리했고 협상이 오고갔으나 결국 조선의 내분으로 맥없이 멸망했다는 기록인데, 오늘날 일제 식민사관에 오염된 고조선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품고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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