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 세상을 바꾸는 잠재된 힘
버네사 본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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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가령 해외의 유명 누드비치에 갔다고 치자. 그럼, 두 가지 극적인 생각이 줄다리기를 한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자기세뇌적인 주문과 '모두가 내 몸을 관찰하는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충돌한다. 전자의 경우, 즉 일상에서 남에게 잘 보이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성향을 가리켜 '투명 망토 착각'이라고 부른다. 한편, 후자의 경우, 즉 모두가 나 한 사람만 지켜보고 있다고 여기는 성향을 가리켜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한다. 우리가 자주 까먹는 진실은 양 극단의 중간에 있다.

"가령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할 때는 남들이 보이는 관심의 정도를 크게 느끼지만, 일상의 거의 모든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관심을 적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28, 29쪽)

영향력이란 우리의 존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영향력과 설득을 다루는 기존의 책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과 전략에 주목한다. 하지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버네사 본스는 우리가 남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성향에 중점을 둔다. 저자의 목표는 세 가지인데, "자신의 영향력을 더 잘 알아채고 자신과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상황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뒤로 물러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흔히 영향력은 '남들에게 신뢰받는 상태'를 뜻하기도 하고 '호감도'와 정비례한다. 그래서 이미 대중에게 큰 신뢰를 받는 인기 있고 돈 많고 힘 있는 유명인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유명인이 아닌 장삼이사라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뿐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런 영향력의 배후엔 '청중 조율'이나 '행동 전염' 등의 현상이 작동한다. 청중 조율이란 청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청중에 맞춰 메시지를 조율하는 것이고, 행동 전염이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행동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오늘날 대중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싸'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면, '아싸'의 영향력은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마치 천동설을 신봉한 중세인들이 지구의 영향력은 과대평가했고 태양의 영향력은 과소평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이를 영향력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팔로워가 적다고 해서 영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뉴스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들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착오를 저지르곤 한다.

"권력은 흔히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남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정확히 알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권력을 가지면 자신의 말과 행동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과소평가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남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영향력에 더 무지할 수 있다."(186, 187쪽)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단 권력을 가지면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을 덜한다. 둘째, 힘을 가진 사람들은 상황이 요구하거나 남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집단의 의견과 사회적 규준을 무시하고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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