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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ㅣ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평점 :
겉으로 보기엔 아동 납치를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그 속을 파고 들어가면 사이비 종교집단의 갈등과 범죄가 도사리고 있다. 납치된 아동의 가족, 납치범들, 그리고 사건을 파해치는 주인공 경찰 모두 사이비 종교 집단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납치범의 정체에 대해선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이 정도 소개로 그치려 한다. 주인공은 뉴욕 경찰청 최고의 인질 협상가인 애비 멀린이다. 십대 딸과 그보다 어린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납치된 아동은 네이선이라는 초등학생 소년이다. 네이선에게는 싱글맘 이든과 SNS 모바일 세상에서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는 누나 개브리엘이 있다. 네이선의 엄마 이든과 주인공 애비는 30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 대학살에서 생존한 아이들이라는 공통된 트라우마가 있다. 경찰이 된 애비는 미국 전역의 각종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한 정보 추적에 집착한다.
저자는 사이비 종교 집단과 모바일 세상의 기울어진 역학관계를 교차시킨다. 가령 사이비 종교 집단에 교주와 맹신자들간의 역학관계가 존재한다면, 모바일 세상에는 미모와 재능으로 인기를 누리는 인플루언서와 팔로워들 사이의 역학관계가 존재한다. 한국은 유난히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 사이비 교주와 추종자들에 의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이비 집단이 종교를 미끼로 벌이는 성범죄, 폭력, 사기, 살인은 이미 각종 관련 보도와 다큐물로 대중들 뇌리에 각인된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이비 종교의 늪에 빠져드는 개인과 가정이 존재한다.
사이비 집단은 왜곡된 종교 신념에 기반한 세뇌와 조작, 성폭력과 강제결혼을 통해 한 개인과 한 가정을 파괴하고, 세계를 적과 친구로 편가르는 흑백논리로 한 사회의 상식과 근본 질서를 해체한다. 가령 소속원이 떠났을 때 거의 모든 사이비 종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떠난 사람과의 모든 연을 끊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배신자들로, 이적 행위자로 윤색하는 것이다.
"사이비 집단에 타협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더 높은 목적에 봉사한다는 믿음을 주입했다. 법은 적이며, 세계는 그들에게 맞서 있다고."(227쪽)
독자들은 이 납치 스릴러물을 읽으면서 맹신자들의 공통점, 일테면 이단과 사이비 집단에 빠져드는 사람들과 SNS 팬덤 문화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에 충격을 받게 된다. 또한 무장한 광신도들을 거느린 사이비 교주의 추악한 행태와 농장에서 벌어지는 반사회적인 범죄행위에 격분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 인질 협상가가 보여주는 의사소통법에 대해 절로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자신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