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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창세기 - 사회들의 기원에 대하여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김성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세계적인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새로운 창세기』(사이언스북스, 2023)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과 곤충의 진사회성(eusociality)을 해석한 책이다. 잘 알다시피, 꿀벌과 개미는 사회성 곤충의 대명사다. 그래서 협력과 분업, 공생처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행동 특성을 우화적으로 설명할 때, 꿀벌과 개미가 종종 단골 주연이다. 진사회성 집단은 사회성을 갖춘 동물들이 이룰 수 있는 최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집단으로,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일부 개체들이 다른 개체들에 비해 번식을 적게 하는, 높은 수준의 협력과 분업이 이루어지는 집단"을 말한다. 가령 개미의 경우, 여왕부터 일꾼까지 계급이 존재하는데, 여왕은 번식을 담당하고, 일개미는 아기들을 돌보고 먹이를 구하는 일을 한다.
사회생물학은 사회적 행동의 생물학적 토대를 탐구한다. 진사회성 동물의 협력이 발생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크게 혈연 선택, 직접 호혜성, 간접 호혜성 세 가지 조건을 꼽을 수 있다. 혈연 선택은 말그대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형제를 돕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희생을 감수하는 경우다. 혈연 선택은 집단 내에서 편애를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직접 호혜성은 개체끼리 서로 혜택을 주고 받는 것이다. 가령 침팬지가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견하면 동료를 부르는 경우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도 그러하다. 간접 호혜성은 개별적인 상호교환과 상관없이 한 개체가 단지 자신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집단에 참여하는 것이다. 가령 보금자리를 공유하는 여러 종의 새들이 침략자(가령 새매)를 물리치기 위해 한꺼번에 모여서 달려드는 경우다.
집단 협력과 이타성은 진사회성의 필요조건이다. 사회생물학자 최재천의 명언대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저자는 이타성의 발현을 집단선택이론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집단 선택은 유전자가 바탕을 이루는 이타성, 분업, 집단 구성원 간의 협력을 창출하는 힘을 갖는다."
"만약 집단의 일부 구성원들의 희생이 다른 경쟁 집단들에 비해 그 집단에게 충분한 이점을 제공한다면, 그러한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단축시키거나, 자신들의 개체 번식을 줄이거나, 두 가지 모두를 실천에 옮길 수 있다. 이때 이타성의 유전자는 돌연변이와 선택을 통해 집단 개체군에 확산된다. 집단 구성원들 간의 긴밀한 친족성은 이러한 과정을 촉진하지만 추동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긴밀한 친족성은 종종 이타성의 확산을 뒤따르지만 이러한 확산에 선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