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의 무지개 연구 - 무지개로 푸는 과학의 원리와 역사
김상협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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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말도 예쁘다. 별, 꽃, 반딧불, 무지개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말만 예쁜 게 아니라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같은 외국어도 예쁘다. 영어로 무지개는 레인보우인데 '비'와 '활'의 결합이다. 프랑스어로는 아르캉시엘인데, 역시 '하늘의 활'이란 뜻이다. 우리말 어원도 영어나 프랑스어와 비슷한 맥락이다. 무지개는 '물(水)'과 '지게(戶)'가 합쳐진 것으로, '물로 된 문'이란 뜻이다. 가장 오래된 한글 표기는 '므지게'인데, 15세기에 편찬된 『용비어천가』나 『석보상절』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문이나 다리처럼 무지개를 벽에다 기대놓을 수 있는 아치형 물건처럼 생각했다.

왜 나는 지금까지 무지개의 어원에 대해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설마 아름다움에 대한 맹렬한 호기심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아니면 무지개에 감탄하는 시인의 천진한 동심을 잃어버린 것일까. 꼰대가 된 건 아닌지, 내 머리가 굳었구나,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다행히 물리학 교사 김상협이 무지개에 대한 꽤 오랫동안 집 나가버린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저자는 무지개를 둘러싼 신화 이야기와 과학 이야기를 두루 들려준다.

저자는 먼저 그리스, 이집트, 아메리카, 아프리카, 동아시아 등 각 문화권에서 무지개를 보며 펼친 상상과 신화의 세계를 소개한다. 가령, 고대인들은 무지개가 하늘과 땅을 잇는다고 믿었다. 그리스 신화의 무지개 여신은 이리스다. 이리스는 하늘신의 뜻을 지상에 전달하는 메신저로, 배우자는 비를 몰고 오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다. 이어서 무지개의 생성에 관한 과학적 원리를 소개한다. "무지개는 물방울이라는 거울에 비친 태양의 모습", "물방울 렌즈로 본 태양의 모습이다." 좀 더 멋지게 말하면, "무지개를 본다는 것은 햇빛과 물방울이 정밀하게 세팅해 놓은 조명장치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은 거개가 무지개의 신비에 매혹되곤 했다. 일테면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로 가설을 세운 아리스토텔레스, 처음으로 무지개에 굴절 원리를 도입해 설명한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그로스테스트, 무지개를 만드는 빛의 각도를 밝혀낸 그로스테스트의 제자인 로저 베이컨, 그리고 무지개의 광학적 원리와 색의 비밀을 정확히 해결한 뉴턴, 빛의 파동성을 이용해 무지개를 설명한 영국의 물리학자 토머스 영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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