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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던 이야기
이종범 지음 / 아마존북스 / 2023년 5월
평점 :
'기독교'라고 쓰고 '개독교'라고 읽는다. 교회가 권력과 돈에 의해 타락하고 세속화되었다, "부동산 투기와 권위주의의 악령이 판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파다하다. 한국의 기독교 교회는 시대에 역행하는 "고집불통의 도그마 집단"으로 각인되었다. 가령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하는 식자들이 간혹 있지만, 작금의 교회는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의 기본적인 상식조차 못쫓아가는 형편이다. 여전히 계급과 교파의 잣대에 의한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고,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이 위험할 정도로 전투적이다. 우리는 교회 제도의 타락을 말하곤 한다. 바꿔 말하면, 초대교회는 오늘날의 세속화된 교회와는 전혀 달랐다는 주장이다. 순진한 기독교인들은 아마도 초대교회를 예수의 말씀과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 자유로운 공동체로 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신학박사 이종범은 예수가 죽은 직후 수립된 이른바 '초대교회' 시대부터 예수 말씀의 실천을 멀리하고 교파의 이익을 위해 분쟁과 갈등을 일삼고, 이미 돈과 권력에 취해 예수의 본질을 저버렸다며 강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예수와 기독교 교회를 이원화하고, 제도적 기독교 교회의 손으로 조작되지 않은 원래 성경에 나온 있는 그대로의 예수와 가족,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기독교 교회의 길고 긴 죄악사를 종종 언급하는데, 특히 사도 바울이 소아시아에 세운 교회들이 보인 분열과 기만과 사기와 탐욕의 역사를 앞으로 다룰 작정이란다. 또한 "교회가 부동산 투기와 헌금이라는 돈맛과 신도들을 종으로 취급하는 권위주의 맛이 단단이 들어 예수의 가르침과는 달리 물질적으로 타락하고, 금욕주의적인 예수의 모범을 멀리하고, 사제의 아동성폭행으로 도덕성마저 상실해 버린 상황"을 언급한다.
저자는 역사적 예수의 삶과 복음을 중심으로 예수의 정신과 가르침을 복기한다. 먼저 '예수의 전설'에서는 예수의 탄생, 족보, 악령, 부활에 관한 궁금증을 성경 본문을 중심으로 풀어보고, 이어서 '예수의 가족'에서는 예수가 신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가족과 맺은 관계에 관한 의문을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예수의 교회'에선 성경에 나온 예수와 현실의 교회와 신자가 이해하는 예수 사이에 커다란 인식의 차이가 나게 된 원인을 추적한다.
저자는 예수의 신격화를 주장하는 교회의 교리에 반대한다. 마태복음, 마르코복음, 루카복음 같은 공관복음서에서는 예수의 신격화가 노골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요한복음과 바울의 여러 서간에서는 예수의 신격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루카는 바울과 함께 선교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바울과 루카의 예수의 본질에 대한 관점이 다소 다른 것에 눈길이 간다. "예수에 관한 루카의 주장과 바울의 주장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니 말이다. 이를테면, 복음서는 예수의 부활을 최초 목격한 결정적인 증인으로 막달레나 마리아를 지목하지만, 바울 서간에서는 부활한 예수를 최초로 본 사람은 베드로라고 못 박는다.
"왜 막달레나 마리아가 예수 부활 이후 어머니 마리아와 더불어 그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남성중심주의적인 유대 사회의 풍습을 기독교 공동체도 그대로 답습한 영향이 큰 것이었다고만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190, 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