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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를 보는 눈 - 기계가 도달할 수 없는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 창의성의 경지
크리스 존스 지음, 이애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5월
평점 :
할리우드의 대박 법칙이 수치화될 수 있을까. 여기서 대박은 대중적 성공을 말한다. 그동안 할리우드의 대박 법칙은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이었다. 하지만 빅데이터 숭배자들과 통계학 맹신자들은 영화의 흥행 여부를 열정과 직관은 배제한 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가령 랠러티비티 미디아의 설립자인 라이언 카바노가 그러했다. 카바노는 정량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인 '애널리틱스'를 이용해 영화의 수익률 암호를 풀 수 있다며, 앞으론 흥행작만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박이 아닌 쪽박이었다.
분야를 잘못 골랐다. 데이터와 숫자, 코드로 이루어진 애널리틱스가 야구판에선 제대로 작동해도, 영화판에선 아니었다. 영화판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뜨거운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걸 '범주오류'라고 한다. 그리고 수학적 예측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각지대가 없을 수는 없다. "아무리 최첨단 알고리즘이라 해도 우리의 욕망을 수치화하기란 어렵다."
"애널리틱스 지지자들은 숫자를 확실성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너무 많으며, 숫자만이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줄 수 있다고 착각한다. 왜 딱 떨어지는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에도 같은 방법으로 답을 찾으려 하는 걸까? 그 대신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봐야 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세상의 아름다움과 혼란스러움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특별한 시각을 길러야 한다."(62쪽)
물론 할리우드 업계에 영화 제작의 기본 공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건 저렇게 되어야 하고 저건 이런 구조를 갖춰야 하며, 등장인물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한다는 기본 흥행 공식은 있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의 기본에 충실한 서사 공식 말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창의성은 이런 정해진 틀에서 벗어날 때 촉발된다. 결국, "우리는 같으면서도 다른 것을 보고 싶어 한다." 기분좋은 서프라이즈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앞서 범주오류를 언급했다. 애널리틱스가 필요한 분야가 있고,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하지만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영역도 있는 법이다. 저널리스트 크리스 존스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날씨, 정치, 범죄, 돈,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작업을 통해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아울러 데이터와 숫자가 예측하지 못하는 1%의 비밀이 바로 '인간의 안목'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보는 안목은 사상마련, 즉 학습과 실천을 통해 습득 가능하다. 저자의 말대로, "창의성은 우리가 잘 가꾸고 연마하여 불꽃을 피워야 할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