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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자본주의 세대 - 88만원 세대는 어쩌다 영끌 세대가 되었는가?
고재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평점 :
한국 사회는 세대론이 유용하다. 집단주의 성향과 또래집단의 동조성향이 강한 만큼, 특정 세대의 공통된 경험과 기억이 다른 세대와는 차이점을 갖는 특수성이 있다. 한때 386세대로 불린 '86세대'와 80년대 출생한 '88만원 세대'가 대표적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도 기실 60년대생인 86세대가 당시 20대 청년들에게 갖다붙인 '연민의 명찰'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이 두 세대는 다른 세대와는 차이나는 특징을 꽤 많이 지니고 있다. 혹자는 세대론이 억지스럽다고 토를 달지만, 젠더와 계급의 차원과는 다른, 세대 특유의 분위기와 가치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86세대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으로 학생 민주화 세력의 축이었고, 지금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을 확보한 진보세력의 중진들이다. 한편, 범80년대생은 20대엔 일자리 경쟁과 비정규직의 범람으로 '88만원 세대'나 'N포세대'라 불렸고, 30대 결혼 적령기가 되자 부동산 폭등을 맞아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루기 쉽지 않은 '영끌 세대'가 되었다.
86년생 기자 출신의 저자 고재석은 《세습 자본주의 세대》(인물과사상사, 2023)에서 범80년대생이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변심'의 배경과 맥락을 파헤친다. 88만원 세대라 불린 20대에 진보성향이었던 이들이 30대 영끌족이 되자 보수쪽에 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 단순히 '30대의 보수화'라고 퉁쳐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범80년대생은 여전히 '진보적인 세대'라고 평가한다. 30대의 보수화는 노년층 태극기부대의 '애국 보수'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진보적인데 윤석열에게 무게를 실어준 세대"가 된 정치적 변심의 배후에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공분, '이준석 현상' 그리고 아파트 부동산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