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고스트 + 파티나 - 전2권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김영옥 옮김 / 사파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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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은 무엇일까. 페어플레이 정신일까.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개인 스포츠든 팀 스포츠든 '중꺽마' 정신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의 X세대부터 MZ세대까지, 일본 고등학교 농구부의 성장통을 소재로 한 영화 「슬램덩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중꺽마' 마인드도 다시금 크게 유행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추천하고픈 성장 소설이 있다. 바로 미국 중학교 육상부원의 성장통을 소재로 한 『고스트』와 『파티나』다. 이 소설도 암울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유소년들의 당찬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유소년 지역 육상 트랙 팀 '디펜더스'는 남녀 선수 각각 열명인데, 신입 멤버로 루 리처드슨, 파티나(패티) 존스, 써니 랭커스터 그리고 캐슬 크랜쇼(고스트)가 들어간다. 이들 신입생들이 4부작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써니는 장거리, 패티는 중거리, 그리고 고스트와 루는 단거리 주자다. 코치는 브로디, 부코치는 휘트다. 

육상의 육자도 모르는 풋내기 캐슬의 눈에 비친 브로디 코치의 첫인상은 앞니 깨진 거북이다. 캐슬이 비록 '거북이'로 희화화했지만, 브로디 코치는 '엄지척'을 부르는 멋진 어른이다. 한때 올림픽 금메달 영웅이기도 했고, 지금은 한 가족의 가장으로 본업인 택시운전을 하면서도 지역 육상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열정맨이다. 

스포츠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단골 코스다. 특히 흑인 출신이라면 농구, 미식축구, 골프 등이 대표적인 입신양명의 관문이다. 그리고 육상도 빼놓을 수 없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4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세계기록을 세운 미국의 단거리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나 100미터를 10.49초에 달려 육상 여자 100미터 세계 신기록을 세운 미국의 여자 육상선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플로 조)처럼 말이다. 슬럼가에서 살아가는 흑인 소년 캐슬에게 육상은 행운의 여신이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캐슬은 자기 별명을 '고스트'로 정한다. 유령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에 처음엔 빈곤층의 사회적 약자 신세를 대변한 자학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스트란 별명은 의외로 캐슬에겐 삶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 호신 부적과 같다. 고스트는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대중적 시선을 상징화한 기호이기도 하고, 캐슬이 육상 유망주로 급성장한다는 복선을 깔고 있는 암묵적 기호이기도 하다. 

"달리기를 해서 뭘 얻을 수 있냐고? 너란 사람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다. 그 대신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달려갈 수는 있다."

캐슬은 폭력과 마약, 살벌한 범죄가 난무하는 슬럼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가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학생부기록, 이른바 '서류철'이 다소 두꺼워져도 캐슬이 중범죄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를 믿고 지지하는 세 명의 어른 덕분이다. 병원 구내식당에서 열일하면서 간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엄마, '시골 슈퍼'를 운영하는 찰스 할아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상부 코치 브로디의 세심한 지도 덕분이다. 

캐슬과 파티나 모두 재능있는 흑인 유소년 육상부원이고 '아버지의 부재'와 '성장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슬럼가 출신인 캐슬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에다 가정폭력 성향이 있는데, 어느날 고주망태가 된 채 가족을 향해 총을 쏴서 교도소 철창 신세가 되고 만다. 한편, 평범한 흑인 가정 출신의 파티나는 급작스런 가족의 해체를 경험하면서 '정상가족'과는 다소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된다. 아버지가 급사하고 연이어 엄마마저 당뇨 합병증으로 두 다리를 잃게 되자 파티나와 어린 동생 매디는 삼촌 부부네로 입양되기 때문이다. 브로디 코치가 고스트의 '대리 아버지' 역할을 해준다면, 패티의 경우는 토니 삼촌이 아버지 역할을 대신한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파티나는 800미터가 주종목이지만, 미국의 800미터 주자중 최고로 꼽히는 매들린 매닝보다도 1988년 서울 올림픽 육상 여자 3관왕이자 세계신기록을 보유한 플로 조를 매우 영웅시한다. 토니 삼촌과 에밀리 숙모(맘리)네에 입양된 파티나와 매디는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체스터 아카데미라는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다리를 잃은 엄마를 대신해 맘껏 달릴 수 있는 육상 트랙 팀에서 활약하게 된다. 파티나는 반에서도 모범생이고, 동생 매디의 엄마 노릇까지 해주려고 하는 당찬 소녀다. 일요일마다 휠체어를 탄 엄마를 모시고 교회에도 가고, 혈액투석날에는 병원에도 동행하는 효심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티나는 멘탈이 강하다. 다음과 같은 주문을 걸면서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뛰어넘기 위한 달리기'에 나선다. 

"너는 충분히 강해.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시시한 존재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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