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 - 초고령화 시대, 웰다잉을 위한 죽음 수업
오쿠 신야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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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인구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매스미디어가 요란하게 떠들던 초고령화사회도 목전이고, 백세시대도 코앞이다. '무병장수'란 말은 사어가 된지 오래고, '일병장수'는 희망사항, '다병장수'는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일본 의학자 오쿠 신야는 『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RHK, 2023)에서 미래의료학의 관점으로 인구 고령화가 부른 노후의 경제적 문제와 다병장수의 죽음을 논한다. 

초고령화사회라는 표어 속에 숨은 현실은 인구 붕괴, 경제 붕괴, 복지 붕괴다. 한국은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 의료비용이 저렴한 편이지만, 주치의 제도가 없어서 질병과 노쇠,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을 적절한 시기에 명확하게 세우기가 어렵다. 저자는 백세시대가 초래한 경제적 문제와 연명의료의 문제점은 물론, 뇌사, 장기기증, 안락사, 존엄사 같은 '웰다잉'과 결부된 여러 현안들을 부각시킨다. 이상적인 죽음을 뜻하는 웰다잉은 나다운 죽음이어야 하고, "나다운 죽음은 나답게 사는 삶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저자는 백세시대를 맞아 '죽음을 디자인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생관의 학립을 촉구한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죽음은 흔히 '핀핀코로리(PPK)'로 요약된다. 우리식으로 본다면 '구구팔팔이삼사'란 소리다. 나는 웰다잉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안락사와 존엄사에 찬성하는 편이다. 저자는 굳이 안락사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안락사 제도'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락사 제도가 없다면, 자신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도 연명 치료 거부, 단식, 자살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안락사를 법제화한 나라와 지역들은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호주 빅토리아주, 뉴질랜드, 미국 일부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 등이다. 여기에 '소극적 안락사'의 허용으로 인해 '한국'이 포함된 게 내 눈엔 다소 의아하다. 웰다잉의 법제화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일본보다 한참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본인 혹은 본인의 의사를 대행하는 타인이 죽음에 이르는 약물 등을 투여하는 것을 '안락사'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본인의 의사로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충분한 케어를 받으며 맞는 죽음을 '존엄사' 혹은 '소극적 안락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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