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 행복한 고령자 - 마흔부터 준비하는 ‘백세 현역’을 위한 70대의 삶
와다 히데키 지음, 허영주 옮김, 김철중 감수 / 지상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수와 양생의 기본은 '빼기'일까 '더하기'일까. 그동안 나는 '빼기 의료'의 추종자였다. 절대 소식하고 몸에 안 좋은 술, 담배, 탄산, 백미, 튀김은 금하는 편이었다. 요즘은 커피도 빼기 목록에 추가했다. 주변에서는 나를 빼기 양생법의 전도사쯤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거꾸로 '더하기 의료'를 주장하는 안티에이징과 노화 연구의 대가들도 적지 않다. 더하기 의료의 전도사들은 고령기에는 대체로 부족한 편이 남는 것보다 몸에 더 좋지 않다는 논리를 편다. 예컨대 세계적 권위자인 프랑스의 클로드 쇼샤르 의학박사는 '적기에 영양 공급'을 장수와 노화 예방의 대원칙으로 강조한다. 그리고 내장의 대사 리듬에 맞추어 단백질, 밥, 디저트 순으로 식사하는 것을 중시한다. 

고령자 전문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더하기 의료'의 전도사다. 50대 이상이 되면, "어떤 영양이라도 극단적으로 과잉 섭취하지 않는 한 '부족한 것보다 많은 편이 좋다'는 것이 노화 예방의 대원칙"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더하기 의료의 관점에서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 90대까지 '백세 현역'을 위한 건강한 양생 비결을 소개한다. 

행복한 고령자가 되려면 어찌 해야 할까. 더해야 하나 빼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저자는 누차 강조한다, 고령자는 허리둘레를 걱정하기보다는 제대로 잘 먹고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허약 예방'을 고려해야 한다고. 청장년이라면 대사증후군 대책이 적절하다. 즉 머리에 피도 안마른 새파란 젊은이들은 내장 지방의 축적에 의한 비만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은발족들은 얘기가 달라진다. 고령기에는 BMI가 '보통'에 해당하는 18.5~25 사이보다 조금 높은 편이 영양 상태 및 총사망률의 통계상으로도 좀더 좋다. 가장 장수하는 집단의 BMI는 '약간 살찐' 편인 25~29.9였다. 

"현재 우리의 대사증후군 대책은 고령 의료 현장을 전혀 모르는 학자나 관료들이 주도해서 만들어낸 잘못된 시책에 불과합니다. 그 시책에 따라 열심히 지도해서 마른 체형이 되어 버리면 반대로 수명 단축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통계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는데 말입니다."(103, 104쪽)

나는 노화의 가장 큰 증상이 노안이라고 여긴다. 노안은 보통 40대 후반부터 시작된다. 일반 안경을 쓰고 책을 보기가 곤란해진다. 일단 노안이 왔다면 몸의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저자는 전두엽의 위축과 쇠퇴를 노화의 본격으로 말하고 있어 흥미롭다. 잘 알다시피, 대뇌의 앞쪽에 있는 전두엽은 사고, 창조, 의욕, 이성 등을 관장한다. 또한 호기심이나 감동, 공감이나 설렘 같은 보다 인간적인 감정을 담당하고 있는데, 전두엽이 쇠퇴하면 의욕이 저하되고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저자는 60대는 정신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60대는 정년퇴직과 재취업의 고비를 겪는 나이, 그리고 부모의 병간호를 하거나 부모의 죽음을 경험하는 나이다. 고전적인 정신분석에 따르면 우울증의 최대 원인은 대상의 상실이고, 현대적인 정신분석에 따르면 정신 건강에 가장 해로운 것은 자기애 상실이다. 부모의 죽음처럼 사랑하는 대상을 잃거나 평생 다니던 직장을 잃은 경험은 대상 상실과 자기애 상실을 동시에 일으키는데, 그 시점이 바로 60대다. 고령자의 우울증은 불면증과 식욕부진 등 일반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뭐든 귀찮아하고 기억 장애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령자의 우울증을 치매로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70대가 되면 우울병보다 치매의 비율이 높아지고(열 명 중 한 명은 치매), 건강이나 운동기능의 개인차가 무척 커지게 된다. 이른바 '로코모티브 신드롬'(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도 70대부터다. 그리고 배우자의 병간호나 죽음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저자는 70대 고령자의 경우 건강 진단을 받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조언하는데, 나 역시 크게 공감하는 편이다. 건강 진단 결과와 실제 건강 상태가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게 현실이고, 혈당치나 콜레스테롤치를 무리하게 정상치로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돌연사를 피하기 위해 심장과 뇌의 정밀 건강 검진은 유익하다는 사실이다. 이십 년후, 나도 심장과 뇌는 정밀 검진을 한번 받아볼 계획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