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당 김어준 - 그 빛과 그림자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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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는 진영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판의 기본은 편가르기다. 마치 학교 가을운동회가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는 것처럼, 정치계는 정당 정치와 부족적 정체성의 이름으로 편가르기에 힘쓰는 거친 운동장이다. 진영논리를 내세운 대립과 갈등이 난무하고, 팬덤 정치를 방패로 삼아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도덕 논리 또는 시장 논리가 찬바람처럼 바닥을 쓸고가는 곳이 정치판이다. 진보적인 정치평론가 유창선은 정치평론이란 일이 "참 더러운 일"이라고 했다. 뭐, 맑고 바른 태평성세라면 정치평론가란 밥줄이 전혀 필요도 없겠지만, 정치판이 상수도가 아닌 하수도가 된 이상, 정치평론가도 오물처리 작업에 매진하지 않을 수 없다. 

깨어있는 비판적 지식인 강준만이 '진보 진영 스피커'의 대부격인 방송인 김어준을 '정치무당'으로, '증오와 혐오 정치의 선동가'로 바라본 책을 접했다. 몸통글은 2022년 『신동아』에 삼개월간 연재했던 「'큰 무당' 김어준은 증오·혐오본능에 불붙인 방화범인가」라는 글을 늘려 쓴 것이다. 저자는 김어준이 뉴스에 얼굴을 내비치는 먹물기 풍기는 그런 전형적인 정치평론가는 아니지만,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열광적인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누린 매우 특별한 정치평론가로 간주한다. 그리고 정치에 뛰어들기 이전 선한 영향력을 끼치던 '전기 김어준'과 정치에 뛰어든 이후 나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후기 김어준'을 명확히 나누어 김어준의 타락과 변질을 논한다. 앞서 말했듯, 정치는 하수도다. 정치는 김어준을 타락시켰고, 김어준은 정치를 타락시켰다. 

『딴지일보』 총수 시절의 김어준, 즉 전기 김어준은 명랑 사회 구현의 선구자였다. '엽기'를 내세우며 “발상의 전환, 주류의 전복, 왜곡된 상식의 회복, 발랄한 일탈”의 가치를 강조하고, "조또, 씨바, 졸라, 열라, 욜라” 의 쿨한 감탄사와 풍자와 패러디의 말빨을 택하여 정치 담론의 개그화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때 잠시 김어준의 재기발랄한 정치담론에 환호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정치 예능 '나꼼수'로 진화한 김어준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영적 지도자가 되었고, 문재인 정권의 출범과 더불어 확고한 킹메이커 지위에 올랐다. 

팬덤 정치 앞에 거울을 세워 비추면 정치 무당의 모습이 드러난다. 공론장에서 김어준을 무당으로 지칭한 이는 진보 논객 진중권이었다. 정치 무당으로서의 헤게모니를 굳건히 확립하게 된 후기 김어준은 선전과 선동을 거리낌없이 일삼는 사이비 교주 스타일을 펼쳐보였다. 온갖 음모론과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공하는 공장장이 되었고, 금기를 넘어선 독설의 유희를 정치 예능 콘서트에 이식시킨 털보 교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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