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정지현 옮김 / 앤페이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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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는 거개가 상황론자다. 개인의 성격보다 상황의 힘을 중시한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정해진 게 아니라 상황이 선한 행동과 나쁜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상황과 역할이 인간 본성의 부정적 측면을 끌어낸다는 얘기다.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선생님과 학생 역할)이나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교도관과 수감자 역할)이 모두 그런 측면을 부각시킨 유명한 실험이다. 종종 비윤리적인 실험이라고 지탄받지만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놀랍지만 비윤리적인) 실험을 추가한다면, 터키 출신 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가 진행한 '로버스 동굴 공원 실험'(독수리팀과 방울뱀팀)이 있다. 편가르기는 그 자체로 대립과 갈등, 차별과 혐오의 도화선이 된다.

필립 짐바르도는 어릴 때부터 "리더와 추종자의 성격을 분석하고, 상황의 힘과 심인성 질환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직관적인 어린 심리학자"였다. 그가 집단 역학관계나 인종 관계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몸소 경험한 차별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학창시절 총 네 번의 오해와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술회하는데, 유년 시절엔 유대인이라는 오해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시칠리아 출신 마피아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왕따가 되곤 했다. 그리고 예일대 대학원 진학 시점엔 흑인이라는 오해로 입학이 보류된 적이 있고, 뉴욕대 교수로 임용되었을 땐 푸에르토리코인이라는 오해를 받았다고. 

필립 짐바르도의 이론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루시퍼 이펙트와 시간관 치료다. 나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과 마인트콘트롤 연구가 루시퍼 이펙트 범주에 포함된다고 본다. 루시퍼 이펙트의 핵심 주장은 네 가지다. 첫째, 상황의 힘이다. 상황은 힘이 세다, 개인의 성향과 성격을 변화시킨다. 둘째, 악의 평범성이다. 셋째, 영웅의 평범성이다. 즉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된다. 마지막으로, 악에 맞서는 호신술이다. 즉 인간의 선한 본성을 이끌어내는 환경과 시스템의 조성이 중요하다. 

시간관 치료는 시간관을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과거 긍정적 시간관, 과거 부정적 시간관, 현재 쾌락적 시간관, 현재 숙명론적 시간관, 미래 지향적 시간관, 초월적 미래 지향적 시간관. 시간관과 삶의 태도가 아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논리인데, 시간관의 균형이 무너지면 삶의 궤적도 무너진다. 삶에 나쁜 영향을 주는 부정적인 시간관은 과거 부정적 시간관(이미 일어난 불쾌한 일을 계속 생각함), 현재 숙명론적 시간관(형편없다고 생각하는 삶 가운데 갇힌 느낌), 현재 쾌락적 시간관(미래를 희생하며 끊임없이 쾌락을 추구함), 그리고 극단적인 미래 지향적 시간관(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함)이다.

학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때, 늘 생각하는 것은 '연구'와 '강의' 두 가지다. "이걸 어떻게 연구로 바꿀 수 있을까?"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다시 포장할까?" 세계적인 스타학자로서 그가 바라는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그는 수줍음과 무지, 자기합리화의 감옥에서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그 과정을 즐겼으며, 많은 이에게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불어넣었다."(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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