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완전하지 않다. 사법 시스템도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언제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곤 한다. 다양한 요인이 얽히고 설켜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둔갑시키곤 한다. 허위자백, 거짓 증언, 증거물 조작, 전문가의 오류, 변호사의 무능, 판사와 배심원의 편견, 그리고 부패한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무고한 이들이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는 사형집행 날짜를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마냥 기다리곤 한다.
법정 스릴러물의 대가 존 그리샴은 바로 이런 사법 제도의 그늘과 허점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무고한 장기수들의 결백을 증명하고 이들을 석방시키는 일을 하는 가상의 비영리단체 '수호자 재단'을 내세워 허술한 사법 시스템의 폐해를 경고하고, 악의 카르텔을 들춰내면서 비록 늦었지만 '사필귀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노고를 감동적으로 재현한다.
수호자 재단의 핵심 인물은 성공회 신부이자 전직 국선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컬런 포스트다. 무죄 주장 전문 변호사 포스트는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든 조력자들, 즉 거짓말을 한 적 있는 증인들, 배심원을 오도한 전문가들, 그리고 위증을 사주한 검사들을 주로 상대한다. 포스트는 지난 10년간 여덟 명의 무고한 죄수를 교도소에서 해방시킨 전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퀸시 밀러 사건을 포함해 여섯 건의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방화를 저질러 세 명의 친딸을 살해했다는 판결을 받은 샤스타 브릴리, 여친의 아기를 안은 채 발이 걸려 넘어졌다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빌리 레이번, 에밀리 살인사건의 억울한 사형수 듀크 러셀, 일면식도 없는 젊은 여성을 납치해 강간살해했다는 판결을 받은 커티스 윌리스, 그리고 정신 지체를 가진 지미 플래글러다.
유죄판결을 받은 무고한 사람들 가운데 메인 플롯은 퀸시 밀러 사건(혹은 키스 루소 사건)이다. 플로리다주의 작은 마을 시브룩에서 키스 루소라는 백인 변호사가 산탄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때 루소의 의뢰인이었던 흑인 운전사 출신의 퀸시 밀러가 용의선상에 오르고 유죄가 인정되어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수호자 재단이 보기에, "살해당한 변호사, 부정직한 보안관, 마약 카르텔, 완벽한 함정에 빠진 결백한 남자", 이게 퀸시 밀러 사건의 핵심이다. 비록 대중의 눈에는 "불만에 가득 찬 의뢰인이 미쳐 돌아서 게으른 변호사를 죽인다"는 시나리오로 읽히겠지만 말이다. 밀러는 22년째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포스트 역시 그런 밀러를 믿고 지지한다. 사건마다 얽혀있는 인물들이 좀 많아 나름의 정리가 필요하다. 가령 퀸시 밀러 사건의 경우, 밀러의 국선 변호사 타일러 타운센드, 증인 캐리 홀랜드, 브래들리 피츠너 보안관, 포레스트 버크헤드 검사, 검사 측 전문가 증인 폴 노우드, 밀러의 전처인 준 워커, 루소의 아내 다이애나 루소 등이 나온다.
한편, 수호자 재단의 핵심인 포스트의 동료로 비키, 메이지, 프랭키 테이텀 등이 나오는데, 비키와 메이지의 비중은 소설에서 매우 적다. 이에 반해, 프랭키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나는 '음지의 인물'로 주목할 만하다. 포스트를 우리네 '암행어사'에 비유한다면, 프랭키는 행동대장인 '방자' 역할이랄까. 둘의 우정도 남다르다. 프랭키는 포스트가 구한 첫 번째 재소자였는데, 프랭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도 14년을 감옥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