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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결함이 있어요
셰인 헤거티 지음, 벤 맨틀 그림, 오현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월
평점 :
영웅은 곧잘 한미한 곳, 누추한 곳에서 깨어난다. 로봇 부트 역시 그러했다. 부트는 험악한 쓰레기 처리장에서, 아니 결함이 있는 로봇을 해체하는 분쇄장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주인 없는 떠돌이 로봇이나 고장난 로봇을 찾아 다니는 로봇 사냥꾼의 거친 추격을 받게 된다.
부트는 메모리 손상으로 인해 파편화된 세 개의 기억만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간직하고 있다. 첫 번째 기억은 15초 영상으로, 할머니가 일곱 살 손녀 베스에게 생일선물로 로봇을 주는 장면이고, 두 번째 기억은 7초짜리 영상으로, 나비 모양의 팬던트 목걸이를 한 베스가 자기를 갖고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장면이다. 마지막 기억은 겨우 5초 정도로, 베스가 눈물을 흘리며 안녕을 고하는 그런 불투명한 짤이었다.
부트는 주인인 베스가 어떤 연유로 인해 자기를 잃어버렸고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다. 그래서 부트는 자신을 찾기 위해, 그리고 베스에게 너무나 소중한 나비 모양의 팬던트 목걸이를 되돌려주기 위해 베스를 찾아 떠난다. '베스 찾아 삼만리'의 와중에 자기처럼 한두 가지 결함을 가진 로봇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길거리의 만능재주꾼 노크, 로봇 개 푸치, 노래하는 최첨단 로봇 레드, 찍사 로봇 등이 그러하다. 결함이나 망가짐의 부작용 때문인지, 아님 생존을 위한 돌연변이 반응인지는 몰라도, 이들에겐 다른 일반적인 로봇에겐 찾아볼 수 없는 감정과 생각, 자유의지 같은 게 있다. 인간에게 버려진 이들은 트위치 박사의 오락실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삼고 있다.
부트와 그 일행은 묘하게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와 동행하는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 강아지 토토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에게 절실한 뭔가를 구하기 위해 베스를 찾아나서는 부트의 위험한 여정에 동참한다. 가령 길거리의 노련한 생존전문가 노크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충전기 교체가 절실한데, 따스한 심장이 필요한 양철나무꾼을 떠올리게 한다. 노래를 잘하지만 열받으면 언제 터질지 몰라 꼼짝하지 못하는 레드는 휴대용 에어컨이 필요한데 그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겁쟁이 사자를 빼다 박았다. 그리고 부트의 주인인 베스는 오즈의 마법사와 비슷한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