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궁그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금 만들기와 화약 만들기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연금술은 뉴턴과 같은 천재도 진지하게 탐구했던 신비학 분야다. 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가 자주 보는 장신구용 금은 순금이 아니라 대부분 합금이다. 24캐럿은 순금이고, 16캐럿은 75%의 금으로 만들어지며, 9캐럿은 금이 겨우 37.5% 들어 있다. 흠, 금맥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굳이 어렵게 연금술 같은 비술을 익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편, 콩알탄을 만들 줄 알면 화려한 불꽃놀이를 위한 폭죽은 물론, 조선 시대의 천자총통이나 수류탄도 거의 다 된 셈 아닐까. 아무튼 그럴려면 화학을 잘 알아야 한다.
화학은 세상을 이루고 있는 재료인 물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크게 다음 다섯 가지 주요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유기화학, 무기화학, 물리화학, 생화학, 분석화학이다. 유기화학은 탄소 원자를 포함하는 물질에 관한 학문이고, 무기화학은 보통 생명체에서 발견되지 않는 물질에 관한 학문이다. 물리화학은 원자들이 어떻게 결합해서 분자를 만드는지 연구하는 학문이고, 생화학은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분석화학은 물질의 구성 성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학의 매력은 실로 무궁무진하고, 화학 작용은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는 극히 일상적인 현상이다. 이 책은 고체, 액체, 기체와 같은 물질의 상태, 원자와 분자, 고분자, 동위원소 등을 비롯한 화학적 구성 요소, 생물의 화학과 주기율표, 분젠 버너와 시험관, 플라스크, 비커와 같은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용기들, 그리고 공기와 바닷물, 암석과 광물, 화석연료와 합금 등 우리를 둘러싼 화학 물질에 대해 소개한다.
피부 미용과 위생에 관심이 있는 궁그미들이라면 산성과 염기성을 구별하는 방법에 눈길이 갈 것이다. 과학자들은 용매가 산성인지 염기성인지 측정하는 척도로 pH(수소이온농도)를 사용하는데, 0에서 14까지의 숫자로 나타내며, 0에서 7까지의 pH는 산을, 7부터 14까지는 염기를 나타내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산성이 강하고 클수록 염기성이 강한 것이다. 가령 블랙커피의 pH는 5이고, 레몬주스와 식초의 pH는 2다. 배수구 세정제의 pH는 14이고, 베이킹소다의 pH는 9.5다. 붉은 양배추로 용액의 pH를 알아내는 만능지시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잘 알다시피, 대부분의 세제는 알칼리이고, 비누와 치약에는 약염기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