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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를 위한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석주원 옮김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12월
평점 :
나이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육체적 나이, 사회적 나이, 그리고 심리적 나이다. 요즘 만 나이 도입으로 두 살 어려지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사회적 나이 차원이다. 한국은 이제야 세 가지나 되었던 사회적 나이 셈법을 하나로 통일한 셈이다. 건강과 헬스에 힘쓴 운동 마니아가 아니라면, 대개 사회적 나이와 육체적 나이는 엇비슷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심리적 나이는 의외로 편폭의 차가 크다. 물론 심리적 나이는 무의식의 영역을 내포하고 있기에 정확한 측정이나 파악이 어렵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는 육체적 나이가 동년령에 비해 몇 살이나 어리거나 많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심리적 나이는 그런 객관적인 수치가 나오기 힘들다. 가령 나는 어린 간호사에게 '아버님' 소릴 듣는 중년이지만, 마음은 늘 이십대 중반쯤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사회심리학자 가토 다이조는 50대 남자들이 심리적으로는 다섯 살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는 뭐 그렇다고 쳐도, 저자가 아무래도 한국의 X세대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아무튼 메시지의 핵심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한 중년일지라도 정작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는 어린아이처럼 미성숙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를 유식한 말로 '유사 성장'이라고 한다. 멀리 갈 것 없이, 말썽쟁이 정치인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유사 성장이란 사회적ㆍ표면적으로는 성장한 듯 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성장이 완전히 멈춘 상태를 말합니다."(76쪽)
누구나 '중년의 위기'를 운운한다. 직장을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문득 번아웃되는 중년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중년들의 이런 공허한 마음의 배경으로 심리적 나이의 미성숙을 지적한다. 흔히 '마음의 상처'란 말로 퉁치게 되는 심리적 나이의 미성숙은 유아기,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 노년기처럼 인격 발달 단계에 따른 적절한 인생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을 빌면, "내면의 심리적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적 육체적으로 50이 되어도 50이 아닙니다." 결국 '성숙'이란 사회적 나이에 맞는 심리적 나이를 지녔다는 얘기다. '퇴행'이란 사회적 나이에 걸맞지 않게 미성숙한 심리적 나이를 보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