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인공들
오드 고에민 지음, 안 로르 바루시코 그림, 손윤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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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드라마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와 같다. 드라마를 통해 우리 사회의 상징적 신화나 집단무의식을 엿볼 수 있고 역사적 트라우마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물색하곤 한다. 최근에 재밌게 본 드라마는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화제의 드라마답게, 감칠맛 나는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총성 없는 전쟁터처럼 반전과 역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통쾌한 복수극에 매료당할 수 밖에 없었다. 재벌집 막내 아들 진도준을 보면서 나는 고대 그리스의 최고 인기 영웅 헤라클레스를 떠올렸다. 비록 주인공이 아널드 슈워제너거 같은 근육질의 마초는 아니지만, 영리한 머리로 난관을 극복하고 복수의 과업을 차근차근 완수해나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헤라클레스 스타일'이다. 

드라마의 결말을 놓고 원작과 비교해 갑론을박하는 이들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결말이 결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재벌가 비서인 윤현우의 회개와 최종적인 복수가 결합한 그런 결말이라야 헤라클레스의 원형적 이미지에 더 충실하지 않았나 싶다. 즉 흙수저 윤현우와 금수저 진도준의 결합체가 바로 현대판 헤라클레스의 완전체라 하겠다.

잘 알다시피,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신이다. 미모의 여인 알크메네는 메두사를 물리친 영웅 페르세우스의 자손이기에, 헤라클레스는 '영웅의 손자'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지만 딴 배에서 태어난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헤라의 박해를 받는다. 물론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에서 제우스 기능을 전담한 건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이지만 배다른 핏줄이기에 할머니 이필옥을 비롯해 순양가의 박해와 시련을 받는 것은 동일하다. 

헤라클레스가 사촌인 에우리스테우스의 질투와 견제를 받는 것처럼, 진도준도 부회장의 아들인 진성준의 질투와 견제를 받는 구도가 전개된다.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열두 가지 과업을 부여한다. 이를테면 네메아의 사자, 레르네의 히드라, 케르네이아의 암사슴,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청소, 스팀팔로스 호수의 새들, 크레타의 황소, 인간을 잡아먹는 디오메데스의 말, 히폴리테 여왕의 허리띠, 게리온의 소, 헤스페리데스 정원의 황금사과, 저승의 지킴이 개 케르베로스다. 이처럼 신화 영웅들 가운데 헤라클레스가 처치한 괴물의 수가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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