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대 의학이 놓친 마음의 증상을 읽어낸 정신과 의사 이야기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인 가운데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진단을 받은 분이 있다. 길에서 잠깐 넘어졌는데 그 후유증으로 통증이 가시지 않아 오랫동안 병환에 시달려온 상태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있는 경우, 찾아갈 수 있는 용하다 소문난 병원을 두루 다녀봐도 전혀 차도가 없다. 그저 독한 약을 복용하면서 그때그때의 고비를 넘길 뿐이다. 신경을 많이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우울증과 화들짝 놀라는 공황장애 증세까지 심해져 이중삼중으로 고생이다. 마약성 진통제도 다스리지 못하는 통증, 비록 한밤중 요로결석의 극심한 통증을 경험해 본 바지만, 그럼에도 CRPS의 통증은 상상이 불가하다. 허나, 생명엔 위협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고 할까. CRPS는 신경적, 사적, 유전적인 질환일까 아니면 심리적, 사회적, 환경적인 질환일까. 

이처럼 현대 의학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흉통, 피로, 두통, 어지러움, 요통, 무기력증, 마비, 기침 등, 현대 의학으로도 그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는 만성적인 증상들로 고생하는 환자들이다. 유명하다는 명의를 찾아 이런저런 과를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아보지만, 답변은 결국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이다. 하지만 병자의 견디기 힘든 통증은 여전하고, 의사는 치료할 방도가 없어 속수무책이다. 여기서 '병'과 '질환'을 구분해야 한다. 

"'병'은 현재 본인이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주관적 증상의 경험이며, '질환'은 의사가 검사 결과로 내리는 진단이다. 질환은 스캔 검사, 혈액 검사, 신체 검진을 통해 '실제'로 확인되고 객관적 입증이 가능하다. 반면 병은 일련의 증상일 뿐 반드시 의사가 내린 진단을 통해 입증되는 건 아니다. 그리하여 질환이 아닌 병은 흔히 '실제'가 아니라고 여겨진다."(57, 58쪽)

런던 종합병원의 정신과의사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는 이런저런 원인 불명의 고통과 증상을 진단한다. 저자는 특히 최첨단 의료가 홀시하는 질병의 심리적 측면에 주목한다. 그리고 심신일원론에 기대어 마음의 고통이 어떻게 몸으로 이어지는지, 무엇이 그 고통을 더욱 깊게 하는지,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살핀다. 저자는 모든 병에는 각기 다른 양상의 신체적ㆍ심리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이 신체적인가 심리적인가 하는 논란은 데카르트적인 심신 이분법의 연장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