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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 - 좌파 포퓰리즘과 정동의 힘
샹탈 무페 지음, 이승원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11월
평점 :
전지구적 환경위기의 경각심 때문에 정치 노선을 떠나 환경 재난과 생태 위기를 크게 우려하는 이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녹색 민주주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정당성과 시급성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 구현 방법과 전략이 문제가 되는데, '녹색 민주주의'라는 급진적인 개혁의 구현에 있어서, '좌파', '포퓰리즘', '사회주의' 등의 조건이 따라붙게 된다면, 대다수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인이라면 지체없이 녹색 민주주의에 고개를 돌리거나 손절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생태 위기 담론과 지구온난화 위기에 대한 해법을 주도한 세력은 정치적 좌파거나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진영이었다. 우파는 환경과 기후보다는 경제적 실리와 자원 개발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비록 겉보기엔 그럴듯한 '녹색 자본주의'를 표방하지만 정작 알맹이가 없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국내 찬반 여론을 떠올려보라. 우파의 녹색 자본주의는 달콤한 홍보 문구일 뿐이다.
'좌파'는 진영 논리에 따라 찬반이 갈린다치자. 그런데 '포퓰리즘'은 마치 시궁창 쥐처럼 정치판에서 좌우파 할 것없이 누구나 때려잡으려고 하는 놈인데, 이를 전략적 카드로 간주하는 것은 무모한 도박이 아닐까. 하지만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추종자라 할 수 있는 급진 민주주의 정치사상가 샹탈 무페는 '좌파 포퓰리즘'을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위한 히든 카드로 제시한다.
"좌파 포퓰리즘 전략은 잘못된 것의 기원에서 지배 관계를 야기하는 조건들을 다루고, 이 조건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주의 프로젝트를 제공하면서, 원한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를 향한 정동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우리/그들이라는 대립을 그려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서 쟁점은 헤게모니 투쟁이며, 이 헤게모니 투쟁은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논거와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는 순전히 합리적인 작동 방식이 결코 아니다. 헤게모니 투쟁은 언제나 중요한 정동적 차원을 가지고 있는 동일화를 다룬다."(78쪽)
잘 알다시피, 포퓰리즘 전략의 특징은 "대중 대 기득권의 대립"이다. 샹탈 무페는 좌파 포퓰리즘 전략을 "전진과 후퇴의 계기가 언제나 존재하는 진지전"에 비유한다. 여기에 스피노자의 공통 정동 이론과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노선인 다중 이론을 접목시키고 있다. 다중 이론은 대중적 저항의 조직화를 중시하고 대중의 자발적 정치 활동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좌파 운동을 업글한 버전이다. 그리고 정동과 정념은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한 계몽주의 철학자들과 전통 좌파가 소홀시하거나 부정적으로 해석한 주제인데, 샹탈 무페는 대중의 민주주의 운동에서 정동의 중심성을 크게 강조한다. 정동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나눠진 대중이 하나의 집단적이고 정치적 동일성 안에서 구성되고, 정치적 리더십과 대중이 연결되는 중요한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