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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평점 :
과학 꿈나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작품이 나왔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 인터뷰집이다. 이탈리아의 젊은 과학자 스테파노 산드로네는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서 역대 노벨상 수상자 24명을 만나 과학과 인생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서울경제신문사, 2022)는 화학, 물리, 생리학, 경제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전하는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를 진솔하게 선보인다.
한마디로 지성미가 넘치는 깊이 있는 인터뷰집인데, 책의 기본 메시지를 공식화한다면, '과학+다르마=사회적 책임'이 아닐까 싶다. '과학+다르마=사회적 책임'은 내가 만든 표현이 아니라, 핵자기공명 분광기를 발전시킨 공로로 199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리하르트 에른스트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목이다. 내가 보기에 이 다큐물의 제목이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된 메시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은 자연 현상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토대를 이해하는 것을 뜻합니다. 법은 우리 존재의 모든 영적인 측면을 깨닫는 것입니다. 책임은 우리의 노력과 우리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틀을 정의합니다. "(56쪽)
한 분야의 절정고수가 되면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유능한 과학자는 영감을 닦는 예술가를 닮게 되고, 유능한 예술가는 과학자의 실험적 사고를 활용한다.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과학자도 예술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과학 못지 않게 강조했다. 가령 화학반응 경로에 관한 이론으로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알드 호프만은 과학에만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고 인문학과 예술, 외국어 강의를 많이 들어두라고 미래 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조언한다. 유비퀴틴에 의한 단백질 분해 과정을 규명한 공로로 200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아론 치에하노베르는 자연은 과학의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과학 분야는 서로 이어져 있는 연속체라고 강조한다. 자연의 총체성을 고려할 때 과학의 융합이나 학제적 통섭과 연구는 필수적인 셈이다.
"과학이 거꾸로 된 나선형 구조라고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위로 올라가고 있지만 갈수록 나선이 더욱 넓어집니다. 과학에는 끝이 없고 발견에도 끝이 없습니다. 전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98쪽)
과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과학자의 겸손하고 성숙한 자세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