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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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는 대개 미식가다. 맛의 세계와 멋의 세계는 통하는 법이니 말이다. 음식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식도락가나 요리사라면 '맛의 과학'에 대해 끝없는 호기심을 품고 있기 마련이다. 저널리스트 밥 홈즈는 과학적 분석적 눈으로 맛의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미각의 중요한 부분인 맛, 냄새, 특수 촉각 순으로 전개된다. 책의 전반부가 신체와 뇌, 맛을 결정하는 과정 등을 다룬다면, 후반부는 향미료와 식품첨가물을 비롯한 음식의 맛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맛에 관심을 가진다고 부자가 되진 않지만 삶이 깊이 있어진다"는 현명한 조언을 해준다.

맛이란 무엇인가. 맛은 기본적으로 혀와 코의 앙상블이다. 혀가 느끼는 다섯 가지 맛(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과 코에 있는 사백 여개의 냄새 수용체가 '맛감각'의 기본이다. 냄새 정보가 빠진다면, 일급 요리사가 차려놓은 산해진미도 말그대로 그림의 떡이나 양초 씹는 느낌과 같은 무미건조한 대상이 될 뿐이다. 코로나에 걸려 점진적인 후각 상실과 회복 과정을 겪어본 분들이라면, 후각과 냄새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냄새가 나면 못 먹는데, 코로나에 걸려 후각을 잃었을 때는 맛없어 보이는 고기일망정 아무 꺼리낌없이 삼킬 수 있었다. 향기 정보가 맛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기억과 추억의 매우 강력한 촉발제라는 사실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로스트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을 먹다가 옛 기억이 촉발되는 장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맛과 음식의 세계는 다채롭고 복합적이다. 맛의 과학은 음식 본연의 맛과 냄새만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한다. 맛의 세계에선 우리의 미각, 후각, 촉각, 청각, 시각의 오감 모두가 다 나름의 역할을 한다.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요리의 데코레이션과 플레이팅을 비롯해 복잡 미묘하다. 그릇의 무게, 접시의 색깔, 감자 칩을 씹는 조건, 배경 음악 등이 모두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령 딸기는 어둔 색의 접시보단 하얀 접시에 담길 때 더 달콤하게 느껴지고, 굴을 먹을 때 파도 소리나 갈매기 소리 같은 바닷소리를 들으며 먹은 경우가 소나 닭의 울음소리 같은 농가의 소리를 들으며 먹었을 때보다 한층 맛나게 다가온다.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이나 칠리새우를 먹을 때 주방에서 들려오는 불맛나는 웍질과 기름에 볶아지는 소리가 얼마나 식감을 크게 돋우는지 떠올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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