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투와 복수는 짝패 관계다. 주인공은 지인의 질투나 음모로 인해 곤란과 역경을 겪게 되고, 오랜 시간 인생 막장의 쓴맛을 인내하며 견디다가 마침내 가해자에게 통쾌한 복수를 행한다는 스토리는 《암굴왕》이란 제목으로도 유명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같은 복수 판타지의 뼈대를 이룬다. 복수가 아닌 질투에 더욱 강조점을 둔다면, 셰익스피어의 《오셀로》가 대표적이라서, 자그마한 질투와 의심이 얼마나 비참한 파국을 부르는지 경고하는 모든 서사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른바 '오셀로 증후군'이 바로 그러하다. 

브라질 국민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의 대표작 《동 카즈무후》(휴머니스트, 2022)는 표면상 질투와 복수의 이야기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전체 이야기의 전개 양상을 보자면 오히려 폐쇄적인 아웃사이더 화자의 고백록 같은 심리소설이다. 제목 '동 카즈무후'는 '무뚝뚝 경' 또는 '퉁명 공' 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로, 주인공 벤치뉴의 별명이다. 귀족 뉘앙스가 풍기는 이 별명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스페인 문학의 전설적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데, 돈 키호테의 내달리는 상상력과 중세기적 망상과는 달리, 동 카즈무후는 아들과 부인에 대한 의심과 망상으로 고독한 인생을 살게되는 한심한 유형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죽마고우 카피투를 사랑하는 예민한 부잣집 도련님의 애타는 러브 스토리다. 얄굿게도 풋내나는 러브 스토리는 병적인 의처증의 수렁에 빠져 진흙탕이 되고 만다. 

벤치뉴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나는 두 인물이 떠올랐다. 한 명은 실존적 인물이다. 바로 내밀한 감수성을 보여준 독일 문호 헤르만 헤세다. 신학교에 입학해 사제의 길을 준비하다 도주하는 삶의 이정표나 예민하고 날카로운 문학적 감수성은 헤르만 헤세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가령 이런 대목을 보라.

"알다시피 사람의 영혼은 집의 구조와 같다. 사방에 창문이 나 있고, 많은 빛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수도원이나 감옥처럼 창문이 없거나 창살로 둘러싸여 없는 것과 매한가지인 폐쇄적이고 어두운 곳도 있다. 또한 예배당과 시장, 소박한 농가나 호화로운 궁전도 있다."(159쪽)

벤치뉴는 신학교에서 절친 에스코바르를 사귀게 되는데, 얄궂게도 에스코바르는 벤치뉴의 '질투 나침반'이 향하는 암묵적인 대상이 되고 만다. 단짝 에스코바르의 장례식날, 사랑하는 아내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둘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고, 외동아들이 점점 친구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나름의 심리적 확증은 질투의 불씨에 끓는 기름을 퍼붓게 된다. 

다른 한 명은 가상적 인물이다. 바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에 나오는 도련님이다. 벤치뉴는 부잣집 도련님 출신으로, 어려서 과부가 된 어머니, 코즈미 삼촌, 주스치나 당이모, 객식구 주제 지아스씨 등과 함께 산다. 주제 지아스는 어머니와 주인공의 사이를 오가며 벤치뉴를 추앙하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