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엄청 다양한 철학입문서를 만나봤다. 인물별, 사조별, 주제별(테마별), 대표작별로 철학 세계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게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가령 사조별로 그린다면, 모든 정보를 감각으로부터 얻어야 한다고 믿는 경험주의와 유물론, 이성적 추론을 통해서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합리주의와 관념론으로 나눌 수 있다. 테마별로 그린다면, 사랑, 평화, 정의, 생명, 윤리 등 매우 다양한 주제로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는데, 가령 나카마사 마사키의《현대 철학의 최전선》의 경우를 보면, '정의론, 승인론, 자연주의, 마음철학, 새로운 실제론' 등 다섯 테마로 나누어 소개했다. 그러나 가장 상투적인 방식이지만 가장 대중에게 인기있는 철학입문서는 역시나 위대한 철학 고전들을 한 권에 빼곡히 담아 조리있게 소개하고 있는 부류일 것이다.
영리한 지식 소매상 톰 버틀러 보던의 《세계 철학 필독서 50》(센시오, 2022)이 바로 그러한 입문서로 유명한데, 고대의 플라톤부터 현대의 마이클 샌델까지 세계 철학사의 지형을 바꾼 오십 권의 명저를 철학자들 이름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또 다른 철학 명저 50' 리스트를 추가해 철학 새내기들의 왕성한 탐구욕과 지식욕을 마구 자극한다.
철학은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이다. 철학이란 그리스어로 '사랑'과 '지혜'가 합쳐진 말이다. 니체에 따르면, 철학은 "만물의 총체성을 고려하기 위해 생겨난 유일하게 진정한 메타학문"이다. 나는 평소에 철학과 사상사에 관심이 매우 많은 편인데, 오십 권의 명저들 가운데 미처 읽어 보지 못한 대표작들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가령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과 데이비드 봄의 《전체와 접힌 질서》 , 해리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 등이다.
잠시 대표작을 소개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먼저, 잘 만든 '광고 카피'처럼 대표작을 한마디로 압축해 소개하는 멘트가 등장한다. 《신학대전》은 "신학 교과서이자 중세 스콜라 철학을 대표하는 저작", 《전체와 접힌 질서》는 "전체론적 사고로 주류 양자론을 뒤집은 과학서이자 철학서", 《개소리에 대하여》는 "「뉴욕타임즈」 2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짧지만 독특한 철학서"로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철학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들어가고, 대표작에 대한 본격 해설이 진행된다. 명저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서너 권의 나열과 철학자 '더 알아보기' 코너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