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눈물샘이 막혀서 이비인후과에 잠시 다닌 적이 있다. 그때마다 코에 뭔가를 주입해서 눈물콧물 쥐어짜내던 고달픈 경험을 하곤 했다. 당시 초등고학년생이었지만 그때만해도 어린이를 위한 의학 지식을 담은 책이 거의 전무했기에 이렇다할 유용한 정보를 얻을 길이 전혀 없었다. 가령 눈물샘이 무엇인지, 무슨 기능이 있는지, 그리고 왜 막혔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무작정 치료를 받았다. 치과보단 덜 무섭지만 그래도 턱에 양철통을 받히고 호스로 식염수가 쭉 들어갈 때마다 오싹한 느낌이 들곤 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꽤나 불쾌하고 추하고 무력한 환자의 느낌이랄까.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더욱 유익한 명언이 아닐까 싶다. 한밤중에 고열이 나거나, 성장통으로 인해 뼈가 쑤시거나, 먹다가 체했거나 구토를 할 때, 발목을 접질렀거나 이빨에 충치가 생겼거나 할 때마다 쉽고 정확한 정보는 부모와 아이의 두려움과 불안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감정 소모를 막아주고 빠른 치유로 이끈다. 아울러, 회복되고 나서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습관을 고수할 의지도 덩달아 커진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있는 파올라 아동병원의 의사인 메이커 보르더만이 쓴 《주사기와 반창고》(산수야, 2022)는 어린이를 위한 건강 의학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이다. 어린이들이 걸리기 쉬운 기침, 타박상, 골절, 중이염, 충치, 코감기, 멀미 등 몸의 질병과 스트레스, 우울증, 악몽 등 마음의 병은 물론, 간단한 응급처치와 안전사고 대처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의학 용어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끔 풀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가령 페이지 하단에 '신경세포', '척수', '병원체' 등 어려운 단어에 대한 간결한 뜻풀이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의사와 아이, 인체와 의료기구를 그린 벤저민 르로이의 친근한 삽화가 자칫 접근하기 껄끄러운 의학지식에 대한 거리감을 한결 좁히는 구실을 한다. 의사가 나오면, '열을 내리는 방법'이나 '뼈에 대한 짤막 상식'과 같은 유용한 팁들도 풍선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는 '몸 속 그림을 그려 봐요'란 공란 코너다. 아이가 자기 몸속을 어찌 그릴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