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심리코드 - 정신 분석가가 1만여 상담으로 찾은 여자의 내밀한 속마음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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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정신 분석 분석가 박우란은 여자의 심리코드를 크게 '결핍, 욕망, 사랑, 자존, 자유'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가장 기본적인 코드는 역시 결핍이다. 결핍은 여성이 남근을 결여하고 있기에 그것을 소망한다는 프로이트의 남근 선망과도 연결되고, 나아가 라캉이 말하는 팔루스, 즉 대타자의 언어를 욕망하고 갈구하는 측면과도 연결된다. 가령 육아 상담에 휘둘리는 히스테리적 주체들은 자신의 결여를 대타자라는 대상(육아 전문가들)에게 지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저자에게 '정신분석'은 우리가 믿고 있는 당연한 기준들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전복적 장치다. 

"정신분석은 내가 어떤 타자의 욕망과 쾌락에 지배되는지, 누구의 언어와 시선이 내 무의식 안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지, 그것이 내 고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는 모든 것을 뒤집어 새롭게 이해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과정입니다."(6, 7쪽)

참고로 정신 분석은 인간을 크게 신경증, 도착증, 분열증 세 구조로 구분하는데, 대다수 '정상적인' 남녀는 신경증에 해당하고, 남자는 대개 강박신경증, 여자는 히스테리신경증으로 다시 구별된다. 이를테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이 그러하다. 해준(박해일)은 강박증적 주체이고, 서래(탕웨이)는 히스테리적 주체다. 

"강박증자가 타자를 받아들인다는 말은 존재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히스테리적 주체인 여성들은 어떤 헌신과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그녀들의 집을 타자 안에 짓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그 견고한 벽 앞에서 늘 좌절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자신만이 존재하며 타자가 존재하는 순간 스스로 무너질 두려움 앞에서 그녀들을 번번히 외로움과 소외에 몸을 떨게 만들지요."(162쪽)

한편, 많은 히스테리적 주체는 "남근과 신탁으로 대표되는 말씀의 전파자들에게 강력히 소속되어지는 만족을, 늘 부족한 죄인으로서 스스로를 벌하고 탓하고 질책하는 진정한 마조히스트로서의 쾌락을 은밀히 누리며 그들과 공생관계에" 놓이곤 한다. 극중에서 서래는 여성 정체성의 본질인 '모호함'과 '불투명함'을 잘 보여주는데, 저자는 서래가 팜므파탈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그녀의 모호함을 언급한다.

신경증은 원형적 만족과 충동을 억압하며 발생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저자는 여성에게 '수동적 능동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동적 능동성이란 스스로의 욕망을 포기하고, "모든 판단과 개입을 멈추고 그냥 상대를 받아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저자에겐 수동적 능동성이 자기 삶의 중요한 지표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방식이 히스테리 주체에게 적합한 처방전일지 개인적인 의문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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