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 관한 생각 -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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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젠더, 성차와 젠더 차이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일반적으로 성은 생물학적 개념이고, 젠더는 사회문화적 개념이다. 문제는 일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젠더를 순전한 사회적 구성물로 간주해서, 젠더를 마치 옷처럼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걸칠 수 있는 그런 말랑말랑한 인공물로 파악한다는 데 있다. 가령 미국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수행성 이론이 그러하다. 나는 생물학적 노른자가 제거된 형이상학적 젠더론에는 관심이 없다. 남성과 여성의 성차를 고려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젠더 개념은 관념론적 허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성은 생물학적인 실재이고, 성차는 그 사회적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아이가 장난감 총을 좋아하고, 여자 아이가 인형을 좋아하는 것이 사회화 학습의 효과라기보다는 오히려 남녀의 성차와 생물학적 선호에 기인한다고 본다. 그래서 사회적 구성주의를 값싸게 팔아먹는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포스트휴먼론에도 거리를 두는 편이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젠더의 핵심에 생물학적 성이 노른자처럼 들어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사회구성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생물학적 실재와 선호에 기반한다. 영장류학자는 남녀 차이를 언급할 때 우리와 96%의 DNA를 공유하는 침팬지와 보노보를 내세우길 좋아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양성 관계에 있어 매우 대조적인 성향을 보이는 유인원이다. 수컷이 군림하는 침팬지 사회는 가부장제의 폭력성과 남존여비의 성차별적 현상을 제대로 보여준다. 침팬지 수컷은 상대를 위협하는 과시 행동과 권력행사를 즐기고, 암컷은 털고르기와 사교 활동을 즐긴다. 반면에, 암컷이 지배하는 보노보 사회는 마치 평화와 사랑을 지향하는 히피 공동체를 빼닮았다. 프란스 드 발은 일부에서 침팬지나 보노보를 내세워 생물학적 선호나 성차를 유난히 강조하거나, 반대로 정치적 올바름이나 성평등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생물학적 선호나 성차를 아예 개무시하는 것 모두 과유불급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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