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제어 - 뇌 과학과 시간 감각
마르크 비트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일므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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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든 한달이든 '생체리듬'을 언급할 때 대개들 '생체시계'를 떠올린다. 그런데 이 생체시계의 위치는 아직도 문제적이고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혹자는 생체시계가 '뇌'에 있다고 하고, 혹자는 '심장'에 있다고 한다. 굳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객관적인 시간과 주관적인 시간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다. 가령 지루하면 시간이 길어지고, 재미지고 설레면 시간이 화살처럼 후다닥 짧아지는 상대적인 시간 감각에 우리는 익숙하다. 시간 감각에 대한 연구의 역사가 150여 년이나 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관적인 시간 지각의 다채로운 면모는 탐구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시간 지각이란 "흐르는 시간을 너무 늦거나 너무 빠르다고 판단하는 개개인의 감각"을 말한다.

시간 지각 연구의 권위자인 마르크 비트만의『시간 제어』(일므디, 2022)는 시간 지각에 관한 학제적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 뇌과학과 신경과학, 신체생리학은 물론, 현상학과 심리학, 마음챙김 명상까지 다양한 학제적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의 주관적인 시간 감각을 고찰한다. 철학적 차원에서, 시간 지각은 인간의 유한성, 죽음, 자의식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간 감각이 없다면 자의식도 없다는 논점이 의미심장하다. 쥐, 생쥐, 비둘기, 원숭이 등 일부 동물들도 시간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시간 감각이 자의식과 죽음, 유한성의 성찰 등 메타 의식 차원까지 결부되는 것은 인간만이 유일하다. 

뇌과학에 따르면, 뇌섬엽이 시간 지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체내 박자, 즉 뇌의 박자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령, 위기에 처했을 때, 사고가 일어날 뻔하거나 일어났을 때, 깜짝 놀랐거나 공포를 느꼈을 때, 뇌가 작동하는 박자가 매우 빨라지고 순간 순간이 매우 느리게 보이는 슬로 모션 효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기억의 측면에서, 경험이 신선하고 다채로울수록 이를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 사건의 지속 시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반복적이거나 익숙한 사건은 지속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레빈은 문화권에 따른 시간 감각의 차이를 '사건 시간'과 '시계 시간'으로 구분한다. 

"사건 시간의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사건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어 타인과 만나려면 어떤 사건이나 활동, 대화나 식사 등이 끝나야만 만날 수 있다. 시계 시간 문화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 그 시간을 엄수하려고 하던 일을 중단한다."(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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