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이야기 모해그림책 2
방승희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모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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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학의 으뜸 원칙은 '시원을 기억하라'다. 강과 산의 시작과 끝을 알아야 문화의 터전에 깃든 생태학적 유전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 시원을 둘러싼 이야기는 보통 신화나 전설과 같은 신비한 이야기와 연관이 되는데, 영산강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영산강은 호남 곡창지대를 이루는 큰 젓줄이다. 나주평야와 호남평야를 굽이굽이 흐르는 강이기 때문이다. 영산강은 금빛 비늘을 지닌 용의 전설을 품고 있는데, 발원지가 바로 담양 가마골 용소인 것과 관련이 있다. 

강이 한 마리 용이라면, 강의 꼬리가 있는 곳이 바로 발원지에 해당하고, 머리가 누운 곳이 종착지에 해당한다. 용 꼬리에 용소란 연못이 있고, 용 머리에 '용섬'이라 불리는 고하도가 있다. 영산강은 담양 가마골 용소에서 시작해 광주, 나주, 영암, 무안을 거쳐 목포까지 흐르는 젖줄기다. 들르는 곳마다 반짝이는 금 비늘을 한 움큼씩 나눠주는 선한 마음을 지닌 용이라서 어린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승천하지 못한 용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가마골 용소의 전설을 보다 따스한 내용으로 각색한 셈이다. 

글은 매우 짧다. 동화시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시적 운율의 특성은 강하지 않다. 오히려 글보다는 그림이 영산강의 신비감을 더하고 있고 정서적인 내용을 보충하고 있다. 판화 작업으로 이런 향토 사랑이 깃든 풍광을 그려내고 있기에 감동 받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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