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유형은 크게 두 부류다. 본인의 경험을 적극 반영하는 소설가와 본인의 경험을 적극 덜어내는 소설가. 일본 작가들의 경우를 보자면, 무레 요코가 본인의 경험을 적극 반영하는 유형에 속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본인의 경험을 적극 지우는 유형이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뽑히는 소식을 듣고서,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일본 작가 무레 요코를 떠올렸다. 무레 요코의 소설과 에세이를 꽤 많이 접했는데, 느낌상 에세이와 소설의 경계선이 불분명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반려동물을 둘러싼 다섯 가구의 에피소드를 그린 무레 요코의 소설집을 읽었다. 여기에도 분명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접한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었을 것이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고독을 평상복처럼 걸치고 있다. 아이 없는 부부, 홀아비, 중년 자매, 늙으신 어머니, 나이 차 나는 부부 등이 그러하다. 대부분 삶의 무게에 지쳐 있거나 사랑에 몹시 굶주린 외로운 이들이다. 이들에게 고양이나 개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희로애락을 무레 요코 특유의 소박한 문체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과 함께 나이들어간다는 것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서술이 가장 인상적이다. 무조건적인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는 반려동물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동네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고 소문난 그런 인물들이 한두 분쯤 있기 마련이다. 오래되고 넓은 부지에 혼자 살면서 언제나 열 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보호하고 돌보는 '고양이 할머니'가 나오는데, 무지개 다리를 건넨 반려동물로 슬퍼하는 이들에게 주는 조언과 격려가 맘에 와닿는다. 현명하고 따스한 말들이다.
“동물은 인간만큼 생사를 깊이 생각하며 살지 않아. 물론 그 아이들도 기뻐하고 슬퍼하지만, 죽음에 한해서는 담백해. 인간이 너무 슬퍼하면 떠난 동물들이 곤란하니까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던 기억을 많이 떠올리는 게 좋아.”
"한 번 인연을 맺은 동물과는 평생 인연이 이어진다고 하니까, 새로운 인연이 생기면 떠난 아이가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또 사랑해 주면 돼."
"임산부가 있는 집에 동물이 있으면 출산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말은 그냥 우매한 미신에 불과하다. 사실 반려동물은 건강과 웰빙에 큰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을 쓰다듬거나 먹이를 주거나 같이 산책하는 와중에 우리는 버겨운 삶의 무게를 덜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