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가장 본받고 싶었던 과학자는 아이작 뉴턴이었다. 잘 알다시피, 사과가 툭 땅에 떨어지는 현상으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고전물리학의 완성자다. 으레 '실험과학왕'하면 제일 먼저 뉴턴이 떠오른다. 식사와 밤잠을 아껴가며 하루종일 과학 문제를 풀기 위해 실험에 매진하는 뉴턴이 어린 눈엔 매우 멋져 보였다. 그런데 뉴턴이 감자를 가지고 실험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뉴턴이 비록 '실험왕'의 전형이지만, 그래도 이런 실험까지 해보진 못했을 것 같다.
바로 감자를 손가락 끝에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감자 균형 잡기' 실험이다. 여기에 필요한 도구는 포크 두 개면 충분하다. 감자 양쪽에 포크를 하나씩 꽃으면 손가락 끝에 감자를 세울 수도 있고, 감자를 농구공처럼 돌릴 수도 있다. 아, 뉴턴이 감자로 서커스 공연을 할 것 같진 않지만, 어쩌면 사과로 균형잡기 놀이를 해봤을 순 있다.
감자는 왜 그늘에 보관해야 할까? 감자는 익으면 왜 부드러워질까? 속을 파낸 감자는 왜 물에 뜰까? 감자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어린 과학 꿈나무들이 감자를 놓고 한번쯤 궁리해봤을 그런 문제들이다. 이 책 『감자는 칩칩칩』(아름다운사람들, 2022)은 감자를 소재로 삼아 이런 궁금증들을 쉽고 재미지게 풀어주는 과학교육서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방침에 따른 생활밀착형 과학교재라서 그런지 몰라도, 감자 하나로 무게중심, 삼투압의 원리,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요변성(틱소트로피), 마이야르 반응까지 설명하고 있다. '요변성'이라는 말은 난생 처음 들었는데, 녹말과 물이 섞인 혼합물을 힘을 가해 누르면 고체가 되었다가 가만히 두면 액체로 바뀌는 성질을 '요변성'이라고 한다고.
한마디로 정말 기특한 과학 시리즈다. 하지만, 이 책은 딱 한 가지 조심해야 할 부작용이 있다. 더욱이 야심한 시각에 읽었다면, 한밤중에 부엌을 어지르거나 편의점에 다녀와야 할 사태가 발생한다. 아이가 갑자기 감자칩이 먹고 싶다고 조르기 때문이다. 감자 슬라이스를 오븐 팬에 구워 감자칩을 만드는 내용이 나오는데, 오븐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칩 그림을 보면서 감자칩이 안 땡기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노릇이다. 먹고 싶다고 졸라대는 아이의 요구를 부모로서 차마 저버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