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마음에서 시작한 운동이 자칫 불가사리 같은 괴물로 둔갑하곤 한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출발한 중립적인 단어가 흑백의 이념적 색깔을 띠면서 불길해지기 시작한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의 경우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언론학자 출신의 대중지식인 강준만은 그렇게 보고 있다. 본래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걸 바로잡으려는 운동 또는 그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사회적 약자는 여성, 장애인, 빈곤층, 흑인, 동성애자 등이 포함된다. 정치적 올바름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간단한 도덕적 리트머스처럼 활용되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언어적 차별과 모욕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대중의 비판적 언어 감수성을 고취시킨다. 하지만 만사 과유불급인 법이다. 자칫하면 '마녀사냥'으로 변질될수 있는 게 또한 정치적 올바름이다.
저자는 한국판 문화 전쟁의 가장 치열한 격전장이 바로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찬반 논쟁과 논란이라고 간주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선하고 정의로운 자로 포장하는 '자칭 국대'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을 경기장 삼아 '누가 더 도덕과 정의에 충실한 사람인가' 겨루는 서바이벌쇼를 연출하면서, 타협과 대화를 모르고 혐오와 배척을 일삼는 '정치적 양극화'의 악순환에 기여한다. 저자는 정치적 올바름의 3대 쟁점이 '자유, 위선, 계급'이라고 본다. '자유'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갈등을 말하고, '위선'은 '말과 행동의 괴리'로 인한 갈등을 말하고, '계급'은 정체성 정치와 계급 정치의 갈등을 말한다.
정치적 올바름의 핵심 콘텐츠는 도덕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자기과시를 위한 도덕이 위험하듯, 자기과시를 위한 정치적 올바름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순진함이 개그와 풍자의 단골 메뉴인 것처럼, 도덕과 윤리도 정도가 지나치면 바른 교양과 건전한 양식의 차원을 벗어나 속좁은 꼰대나 철없는 도덕군자 타령 소리를 듣게 된다. 본래 사명감이 넘치거나 지나치게 진지하면 모든 게 우스꽝스러워진다. 도덕과 정의의 잣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동하기 마련이기에, 지금 여기의 도덕과 정의를 한없이 과장하면 오히려 분란을 부를 뿐이다. 조선시대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과 사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