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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평점 :
'미국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의 『어느 개 이야기』(내로라, 2022)는 동물실험과 윤리의식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생각과 의식이 깨어있으면 윤리의 동심원은 한없이 넓어진다. 가령 인간에게만 적용했던 협소한 윤리의식이 동물과 자그마한 생명체에까지 적용되게 된다. 가령 휴머니즘 차원을 넘어선 생태학적 상상력이 대표적이다. 생명애를 강조하는 생태학적 윤리의 동심원 안에는 공감과 연민의 일체적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풍자 문학가 마크 트웨인(1835~1910) 생존 당시인 19세기는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이 노골적이었다. 당시의 흑인 노예는 백인의 반려견만도 못한 대접을 받았다. 심지어 국가권력이 자행하는 끔찍한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곤 했다. 실제로 1932년 미 정부는 앨라배마의 터스키기 연구소와 손잡고 가난한 흑인 농부를 대상으로 매독 생체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실험의 과정과 결과는 정기적으로 의학신문에 보고되었지만, 그 누구도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실험으로 피험자 중 28명은 매독으로 사망하였고, 100명은 매독 합병증으로 사망하였으며, 40명은 아내에게 전파하였고, 19명은 선천성 매독에 걸린 아이를 출산했다."(126쪽)
이 글에서 동물실험에 대한 폭로와 고발은 노예제도에 대한 비판과 궤를 맞물리게 된다. 혹자는 의학의 발전을 위해 동물실험은 피할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노예제도가 횡행하던 시절, 백인 식자층 다수가 흑인 노예제는 피할 수 없는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품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까지 의학과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동물실험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동물의 희생과 고통을 경감시키는 '대체 시험법'을 준수하는 범위내에서이지만 말이다.
소설의 화자인 에일린 마보닌은 프레스비테리언 종으로, 유명한 과학자 그레이씨네 반려견이다. 그레이씨, 화이트 부인, 새디와 갓난아기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날 불에 타죽을 뻔한 아이를 유아실에서 구해내지만, 그만 상황을 오인한 주인의 몽둥이에 맞아 한쪽 다리를 절게 된다. 그후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아이를 구출한 자랑스런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금쪽 같은 자기 새끼를 주인의 잔혹한 동물실험으로 잃게 된다. "인간을 알게 될수록 내 개가 좋아진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정말 풍자의 대가다운 포스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프랑스의 유명 과학자 클로드 베르나르와 아내 마리 프랑세즈 마틴의 일화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베르나르가 아내와 아이들이 휴가차 한동안 집을 비운 사이 그들이 사랑하는 반려견을 해부해버렸다. 그러자 마리 프랑세즈 마틴은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동물실험 반대협회를 설립하여 무분별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