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는 날 물구나무 세상보기
사라 룬드베리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를 잘 잃어버리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내가 이제껏 살면서 분실한 물건 목록을 떠올려보았다. 어릴 때 정말 애지중지하던 팽이들과 구슬들, 딱지들 그리고 남이 볼까 무서운(허나 좀 유치한) 비밀일기장부터 가방, 신발주머니, 실내화, 책들, 어학교재, 사전, 필기구, 필통 등이 먼저 떠오른다. 

흠, 내가 보기에 집중력과 건망증은 반비례한다. 어릴 때 나는 집중력이 강하고 소심한 편이어서 물건을 거의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래도 이처럼 행방이 묘연해진 물건들의 목록이 꽤 되는 편이다. 분실한 사물들이 누군가의 수중에 곱게 들어갔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어딘가에 그냥 버려지고 뭉개지고 말았을 것이다. 스웨덴 작가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책 『잊어버리는 날』(작가정신, 2022)을 읽고 나면, 누구나 그동안 잃어버린 물건들을 잠시 애도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내가 분실한 물건이 혹여 남들의 소중한 추억을 부르는 의미 있는 매개물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 

생일파티 같은 행사날이 되면 정작 아이보다 엄마가 더 마음이 바빠지고 조급해진다. 노아 엄마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평화로워야 할 토요일이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운수 사나운 날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알마 생일 파티 날짜를 착각하고 급하게 선물을 사느라 동분서주한다. 내성적인 노아는 엄마와의 외출이 그리 내키지 않지만 고집을 부리지 않고 따라나선다. 

노아도 엄마도 의외로 주의력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 쓰고 나온 모자나 구입한 생일 선물을 이리저리 흘리고 다녀 되찾느라 애를 먹는다. 선물은 포기하고 생일 파티 참가에 의의를 두지만 결국은 그마저도 헛탕을 친다. 게다가 생일 선물로 준비한 왕관은 알마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노아가 잃어버린 반짝이는 왕관이 길가의 쓰레기 신세가 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여러 동물들의 분주한 '계주' 덕분에, 결국은 들쥐들의 보금자리를 꾸미는 소중한 물건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노아야, 다음 주 알마 생일 선물로 뭘 할지 생각은 해봤어? 이번엔 분실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파티를 신나게 즐겨보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