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곰
전이수.전우태 지음 / 서울셀렉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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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것은 곰만이 아니다. 북금곰보다 먼저 인류는 갈 길을 잃었다. 하지만 자신이 길을 잃어버린 미아라는 현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북극곰은 무고한 피해자고, 인류는 이기적인 가해자다. 북극곰은 이웃과 인류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인류는 북극곰의 보금자리인 얼음의 나라를 심하게 파괴했다. 지구별에 거하는 모든 생명체가 참여하는 '가이아 대재판'이 열린다면 인류는 지구별의 공생 환경을 전면적으로 파괴한 끔찍한 사회악을 저지른 흉악무도한 범죄자로 심판받을 것이다. '인류세' 조항 하나에 근거하더라도 무기징역이나 영구 추방감이다.

개발성장을 빌미로, 편리와 혜택을 이유로, 인류는 가이아의 보금자리를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하고 파괴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인데도, 기후 위기나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 있는 어른의 입에서 좀처럼 나오지는 않고 오히려 어린 영혼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 환경문제를 반성케하는 착한 동화 『길 잃은 곰』(서울셀렉션, 2022)이 바로 그러하다.

이 책은 제주도 출신의 동화작가 전이수, 전우태 형제가 공동 창작한 그림책이다. 큰 빙하를 타고 제주도까지 떠내려온 북극곰과 곰을 고향인 북극으로 돌려보내려고 무진장 애쓰는 제주도 소년의 이야기다. 셈이 밝은 어른들이 빙하를 관광용 자원이나 빙수 재료로 삼는 돈벌이 작태가 웃프다. 살짝 '아기공룡 둘리'의 에피소드도 뇌리에 떠올랐다. 환경파괴범의 사회악을 증명해 줄 물증과 증인들이 넘쳐난다. 무심코 내버린 플라스틱 그릇과 숟가락, 바닷가에 작은 섬처럼 쌓인 재활용 쓰레기, 그리고 이들 쓰레기들의 직간접 피해자인 바다생물들이 그러하다.

동화는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기에 음미가 필요하다. 느린 음미의 시간이 없다면 동화는 그저 아이의 또다른 킬링타임용 간식으로 그칠 뿐이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처럼 부모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그런대로 권장할 만한 눈요기 간식 말이다. 하지만 자연보호와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동화를 스낵처럼 소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 읽었다고 그냥 덮지 말고 일상생활에서 환경과 동식물을 보호하는 방안을 서로 궁리해보는 시간을 좀더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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