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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 길의 감식가 노동효의 샛길 예 찬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09년 6월
평점 :
여행을 싫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가고는 싶지만 비용, 시간 등등 많은 제약때문에 " 다음에 ...다음에..." 를 기약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이다.
또 여행하면 떠오르는게 뭘까?
국내로 치면 제주도, 설악산, 지리산, 변산반도, 경주 등등??
해외로 치면 파리의 에펠탑, 스위스의 산, 로마의콜로세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국의 그랜드캐년?
내 머리속에 우선 떠오르는 곳, 결국 관광지이다.
여행을 간다면 목적지가 정해져서 그 곳에 가는 것이 여행이고 그곳을 갔다 왔다는 사진한장을 콱 박아서 소중(?)하게
보관하는 것이 보통 여행이다. 뭐 다들 그리 알고 있지 않나?
이 책은 그런 통념(?)을 과감하게 깨라고 이야기 한다. 아니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통념이 깨진다.
저자는 이렇게 썼다.
' 사람들에게 여행의 목적지는 목적지 그 자체였지만 내게 여행의 목적지는 언제나 '길 그 자체' 였다.'
그러니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라 책 제목 그대로 ' 길 향내에 홀린' 그런 책이다. 그래서다.
' 자동차를 '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관'이라고 여기는 내가 태운 사람들 중에는 더러 '가는 길' 내내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이들을 볼 때면 안타까웠다. 비싼 기름으로 영사기를 돌리고 있는데 , 그는 이 아름다운 영상들을 보지 않은 채 엔딩 타이틀(목적지)만 볼 셈인가?
라고 이야기 한다.
나도 옛날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캐년을 가면서 영상을 보지 않고 엔딩타이틀만 본 기억이 난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 어떤 길이 있엇고 어떤 풍경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캐년만 본 기억만 남는다. 다시 간다면 영화를 전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길을 다녀보았겠지만 이 책은 주로 국도를 위주로 이야기 한다. 특히 강원도 내륙과 7번국도를 따라 올라가는 동해안길...36번국도,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불영 계곡, 경북의 오지인 봉화등을 로시난테(지가 무슨 돈키오테라고..ㅎ)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모든것을 우리에게 영화보듯이 틀어준다.
그러면서 거기서 느끼는 삶과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해준다.
' 사실 인류가 겪는 대부분의 정신적 피로는 거의 다 자초(自招)한 것들이 아니던가? 그러게 누가 에덴의 사과를 먹으래?
'그래, 인간은 에덴에서 추방당한 게 아니라 천국이 심심하니까 자초해서 신나는 지옥으로 온 걸 거야..'
'구름이 삼각형이나 사각형 혹은 원형과 같은 정형이었다면 그토록 감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름이 아름다운 까닭은 무정형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무정형 속에 깃든 예측불가능성'
'내가 가끔 드는 의문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패키지여행은 싫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으 삶은 패키지여행하듯이 살아가는 데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으면 마치 투어 버스를 놓친 사람들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이미 버스에 올라 탄 사람들은 아직 버스에 오르지 않은 동행인을 향해 어서 버스를 타라며 소리치고, '시스템'이라는 명찰을 단 운전기사는 클랙슨을 울려대고, 게다가 자신의 아이들조차 패키지 가방 속에 쑤셔 넣는 모습등. 사람들은 삶이 곧 여행이며 우리들 모두 지구라는 행성으로 여행을 왔다는 것을 잊은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여행은 대개는 남들이 아니면 책 또는 자료에서 이야기 하는 근사한(?) 곳, 가 보았더니 멋진 곳 이라는 목적지를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이 죽는 것이 아닐 바에야 죽는 날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희노애락을 느끼고, 삶이 행복해지기 위한것임을 알고 있다면 목적지에 아등바등하지 말고 목적지까지 가는 길, 그 길 옆의 풍경, 그 풍경이 이야기 하는것에 귀 기울이면서 목적지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우리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세계와의 화해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와의 불화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다.
자신의 내면에 하나의 불꽃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생을 둘러싸고 있는 군더더기들을
그 불꽃으로 태워버릴 수 있으리라.
우리 삶의 길 위에서 그 길이 어둡더라도 내 안에 불꽃하나 간직하고 ,그 길이 오르막이던 내리막이던 그 자체가 길이라는 것을 알고,
외롭더라도 힘들더라도 가자고. 가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라고 저자는 내 마음에 로드페로몬의 처방을 내려준다.
그리고 자 떠나자하는 말이 입 밖으로 바로 나오게 만든다..길을 떠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