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지금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떤 자유냐하면 '신자유주의'시대에 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실상을 김규항은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들에게 장애인 주차 구역을 없애고 일반인 주차장을 이용할 자유를 준다면?
장애인 올림픽 선수에게 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할 자유를 준다면?
신부감도 구할 수 없는 가난한 농촌 총각이 나는 자유연애주의자라고 선언한다면?"
즉, 자유로운 경쟁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 같지만 실은 이미 가진 격차를 공식화하고 더 심각하게
만드는 사악한 수단으로 작동된다고 한다. 우리는 민주화를 통해 독재에서 자유로워지고,
민주적인 선거도 하고, 대통령 욕도 하고, 언론의 자유도 상당해졌지만 자유를 얻은 건 우리만이 아니라
자본도 무한정한 자유를 얻은 점에 주목한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공공성이 자본에 침탈당하면서 공공성에도 이윤과 효율의 잣대가 들이대어지는
세상이 되어버린 이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자유도 우리에게도 주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참혹하게 가련한 인생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김규항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 영성과 사회변혁의 문제제기를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
"사회가 상식을 회복하면서 좋은 사회로 진행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 상식이
어떤 차원의 것이든 지배 세력은 절대 스스로 상식을 회복하거나 양보하지 않습니다. 체제를
위협하는 강력한 투쟁이 있을 때에만, '이러다 판이 아주 깨지겠구나' 싶을 때
비로소 한발 물러서는 겁니다" 고 말한다.
이 때 체제를 위협하는 강력한 투쟁 대신에 개혁세력이 지배세력의 어쩌면 호위병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김규항은 신랄하게 비판한다.
즉, 한국의 개혁세력은 자유주의 세력일 뿐이고 이 자유주의 세력은 체제수호에 오히려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이는 체제안에 가짜 진보이고 진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제를 지키는 세력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매우 극좌적인 혁명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김규항을 오해하게 되는데 그는 진보좌파일 뿐
폭력혁명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회구성에서 계급적인 인식을 정확히 하지 않는 한 신자유주의의 체제는 언제나
지배계급의 이해만 옹호할 뿐 대다수 서민대중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거나 계속 낮은 자리로 떨어지게 될 뿐이라고
말한다. 자유주의자에겐 정치적 민주주의, 극우와의 싸움, 언론 자유등이 목표지만 좌파에게는 기본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의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체제와 시스템의 문제를 바라보는 거대담론이 다시 요구되는 시대에 있으며 그 인식을
지난 날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기안의 성찰 , 즉 영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거대담론을
이야기 하거나 계급문제를 이야기 하면 대개 지나간 이야기이거나 필요없는 이야기로 치부하는데 현재의
신자유주의체제에서는 모든 사람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무한질주를 하는 시대임을 보라고 말한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구조에서 누구나 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미래를 말하는 자유의 본질을 보라고 말한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김규항은 예수를 통해서 자기를 성찰하는 것을 강조한다. 본인은 예수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며 사회를 변혁하는 싸움에 임하지만 타인에게 예수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꼭 예수를 통하지 않아도 자기안의 영성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무엇이라도 관계없다고 한다. 다만
예수가 이야기하고자 한 체제와의 싸움, 사두개인들보다 바리새인들과 왜 갈등을 했는지 고민해보자고 한다.
따라서 그는 "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으로 정리한다.
김규항이 지적한 중에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촛불집회때 열심히 집회에 참여한 스스로 진보의식으르 갖고 있다는 학부모가
밤 11시에 집으로 전화해서 '오늘 학원 갔다왔니?' 하면서 확인하는 것이 무슨 진보이며 개혁인가?
결국 체제안의 경쟁에서 본인만은 이기고 싶다는 이기주의 아닌가?" 하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운동하는 사람은 세속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고생을 하더라도 존중은 받았잖아요.
운동하는 자식을 말리는 아버지도 자식이 제 일신을 위해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거든요.
이젠 그게 달라졌어요. 좋은 교육이, 뭔가에 대한 가치 기준이 자본의 가치 기준에 통합되어버려서 다들
전교조 교사를 경멸하고 적대하는 거죠. 교사를 평가하는 가치 기준이 '교육'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성적을 올릴 수 있는가 하는 거니까요. 그게 아닌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는 전교조 교사들은
그들에겐 경멸의 대상" 이라고 하는 거와
"문제는 잘산다는 게 뭔가, 행복이라는 게 뭔가 하는 건데요. 그게 노동자와 자본가가 달라야 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본가의 것으로 통합되어버렸어요" 하는 것을 보면
계급적이해관계가 자본에 매몰되어 버린 현실에 대한 이해를 우리에게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그러면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사나?
현재 그는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인문교양잡지를 만들고 있다.
왜냐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라고 한다. 이런 척박한 교육현실에서 뭔가라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만든다고 한다.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독을 권한다.
김규항의 책의 끝에서 한 말 ,
" '잘사는게 뭐냐'는 질문을 잃어버리는 순간, 지배계급이나 부자들의 가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그저 가련한 인생이 되는 겁니다. 못나고 루저(실패자)인 인생이 되는 거죠.
하지만 '잘사는 게 뭐냐'는 질문을 잊지 않을 때, 거꾸로 그들이 불쌍해지는 거죠. 그들이야말로
못난 인생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겁니다" 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2300년전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좋은 것은 바로 '행복한 삶'이라고 하며
그 행복한 삶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사회와 하나라는 걸 자각하고 공교육을 통한
공동체에서 찾아가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함을 깨닫게 된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모두가 가난 해 질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김규항의 지적은
우리가 미래를 위해, 미래의 불안과 공포를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고 사는 현실에서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하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다.
이 책의 구성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김규항의 인터뷰집으로 구성되었기에 읽기가 매우 수월하다.
또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간간이 나옴에 따라 심각한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김규항,지승호지음/ 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