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철학자
알퐁스 도데 지음, 김혜경 옮김 / 책만드는집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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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힘 내!"

꼬마 다니엘의 형 자크 에세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항상 눈물이 마르지 않는, 하는 일이 서투르고 허약한 모습이 각인되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이나 듣고 자란 자크 형은 다니엘에게 따뜻한 격려와 힘과 용기를 희망에 실어 전해주고 떠났다. 불행한 성장기를 지나며 버림받고 쫓겨나고 거절당하는 삶에 익숙한 우리의 꼬마 철학자 다니엘은 결국 따뜻한 결말을 맞지만 그것이 가족들의 희생과 노력, 철없는 어린이같은 그의 모습을 언제나 이해하고 감싸준 사랑에서 잉태된 행복한 삶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꼬마 다니엘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 소설, "꼬마 철학자"은 이미 오래 전에 출간된 것으로, 국내에서도 여러 번,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을 제법 오래 전의 학창 시절에 읽었던 나는, (우연하게도 내 세례명과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슬프고 힘든 삶이 마치 작고 여린 모습의 내 지난 시절을 그려낸 것이란 착각에 빠져 꼬마의 지난 이야기 속으로 더욱 슬프게 푹 빠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작은 문고판의 크기에 빨간색으로 예쁘게 포장된 디자인은 꼬마 철학자의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한장 한장, 꼬마 다니엘의 철없는 행동과 인생을 배우고 깨달아가는 과정 속에 전해지는 가족들의 사랑도 책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책을 읽는 동안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끝없는 희생과 어른스러운 모습의 형 자크의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으로 되새기며, 이제는 남은 꼬마 철학자의 인생이 예전의 그것과는 같지 않으리란 기대와 희망 속에, 현실의 우리 삶도 그처럼 어렵고 힘든 일을 지나 밝은 내일과 행복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게 한다.

짧은, 그러나 긴, 그들의 일생을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리라. 단편적 이야기의 소개는 책을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잔잔한 감동과 표현하기 어려운 아련한 느낌을 대신할 수 없다. 부쿠아랑의 횡포에서 느끼는 잠시의 분노, 로제의 배신에서 느끼는 인간의 이기주의에 대한 허탈함을 지나, 제르만 신부님과 피에로트 아저씨의 은근한 사랑은 우리 삶에 잠깐씩 보이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현실에서의 유혹은 떨칠 수 없는, 마음으로 거부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빠져드는, 이르마 보렐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며, 의미없는 존재였다가 사랑으로 결실을 맺는 카미유는, 항상 우리 곁에 머무는 사랑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자크 에세트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 것도 보상받지 못하고 아무런 존재의 의미조차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그의 모습은 가족에게 끝없는 희생과 양보, 사랑을 보여주는 우리의 현실, 바로 그 가족애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슬프고 가슴이 아프게 쓰려온다. 그러나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꼬마 철학자로부터 따뜻한 인간미와 함께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작은 교훈을 던진다.

"모두들, 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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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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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나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짧은 여행이나 여행서를 통한 간접 체험으로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이 말하곤 한다. 대표적인 여행지와 그곳을 여행하는 동안에 만나는 사람들과 문화는 그 나라의 느낌을 전해주겠지만, 제대로된 이해를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 문화와 현황, 미래상에 대해서 모두 이해하고 그 나라를 만날 필요도 있다.

대개 외국을 소개하는 책들은 유명 관광지나 전통있는 풍습이나 역사 등에 대해서 주제별로 나누어 소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글쓴이가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잘 이해하고 경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가령 우리 나라에 대한 책을 쓴다고 할 때 과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서 쓸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우리 나라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맛살라"는 인도에서 여러 가지 향료를 섞어서 특유의 인도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 "맛살라"는 음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인도 특유의 "섞어서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르는 용어로 발전했다. 마치 이 책 자체가 "맛살라"의 느낌을 주고 있듯이 말이다.

인도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며 문화홍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인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은 기간의 여행만으로 겪은 느낌이나 여행지에 대한 객관적 소개가 아니라 인도의 현재 모습과 발전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인도의 근본적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 인도와 한국의 교류라든지 하는 내용까지 다양한 주제를 싣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인도를 여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는 않다. "인도 여행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경험에 의하면, 어떤 나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여행서로는 부족했다. 언젠가 가보았던 호주를 이해하는 것은 호주의 문화와 호주 사람들의 생각, 호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읽고나서야 가능했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인도. 이곳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에서부터 최근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필요했다. 이 책이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다. 

11억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가진 인도는 중국과 함께 최근에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근원적인 신분 제도 카스트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문화와 교육, 경제적 풍요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인도의 모순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반면에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정부 관료들의 부정 부패와 무능함, 게으름은, 해결해야할 일이 많음에도 그 과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이 체계적인 계획과 개혁을 통해 발전적 자본주의 성공의 모델을 보여준 반면 인도는 중국을 경쟁자로 생각하면서도 그처럼 체계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도를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먼저, 인도의 현재 모습을 통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진 나라인지를 보여준다(산업). 다음으로, 인도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에서의 문제점과 해결 과제, 현황 등을 이야기한다(사회). 세번째로는 인도의 문학, 종교, 음식 등 역사와 전통에 대해 소개한다(전통). 끝으로 인도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모습과 인도와 한국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다(관계). 한 권의 책이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이 책 역시 중요한 주제별로 간략한 소개를 하고는 있지만 다양한 인도의 모습을 여러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인도에 대해 이해하고 알 수 있었던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인도는 가난한 나라이지만 저자는 인도의 의료 서비스가 매우 훌륭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비인후과와 치과 치료의 경험을 예로 들며, 깔끔하고 세련된 시설과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의사들의 친절하고 책임있는 서비스는 우리 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기에 인도의 긍정적 산업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의 이야기는 청렴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의 형이 자전거 수리를 하며 살았다는 것을 통해 국민에 봉사하는 공직자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카스트 제도라는 오랜 신분 제도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고 사회적으로 차별당하고 사는 인도지만, 그래도 우주 항공 산업이나 철강, 자동차, 의료, 심지어 영화 등의 문화 산업에 이르기까지, 인도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가도 인도에서 여러명 나올 정도로 산업이 발전하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앞서가지만, 그러나 인도의 고질적 문제인 빈부의 격차와 신분 제도, 종교를 바탕으로 하는 윤리 의식과 가치관은 그들 스스로를 옭아메고 있는 인습이기도 하다. 부의 축적이 윤리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일부 나라와 달리 인도에서는 부를 쌓는 것 자체가 전생의 모범적인 생활 덕분이고 종교에서도 부를 하나의 가치관으로 인정하고 있기에 오히려 가난은 멸시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모순된 삶을 그들이 선택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도의 다양하고 모순된 모습은 사실 종교와 인종에서 비롯된다. 다수의 국민들이 믿고 있는 힌두교의 윤리와 함께 여러 인종들이 섞여서 살고 있기에, 비록 그들이 한 때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어권 국가라 할지라도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영어를 쓰는 인도 사람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들의 현실이 매우 복잡 다양한 것임을 미루어 짐작케 하는 것이다.

게다가 복잡한 종교와 인종의 혼재는 많은 테러와 분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도로부터의 독립 또는 파키스탄에 귀속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카슈미르는 인도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기도 하다. 이는 정치에서도 복잡한 이해관계로 나타나, 결국 인도가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고 발전적으로 나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는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인도는 초등학교 무상 교육이 이루어지고 중학교도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실제 중학교 진학율이 4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에 있어서의 소외나 빈부격차가 심하다. 더욱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출근하지 않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25%에 이를 정도로 교육계가 부패한 현실도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빈부의 격차와 교육 기회의 평등을 외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모순이 아닐까.

그럼에도 인도는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편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는 인도의 정치 상황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인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하나의 뿌리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과 역사, 종교에서 나오는 가치관에 바탕을 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든 현실을 벗어나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가 소개하는 악바르 대제 시절의 인도는 우리의 역사속 성군들과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제는 "인도 속의 이색풍경"이라는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Incredible India라는 주제로 홍보가 되기도 하는 인도에 대해, 놀랍고도 이상하고 긍정적이면서도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인도의 복잡다양한 여러 모습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순이 있으면서도 가능성을 가진, 폭발력을 가졌지만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인도의 모습을, 인도를 홍보하는 한 문장으로 짧게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말 Incredible India가 아닐 수 없다.

타지마할로 대표되는 인도의 전통과 현재의 모습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으로 손꼽게 한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춰진 인도의 모순과 어두운 현실은 인도를 상상 속의 아름다운 궁전과 꿈이 있는 나라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 속의 한 나라임을, 그리고 발전성을 가졌음에도 현실에서 극복해야할 많은 문제들을 가진 어려운 난국에 처한 위기 속의 웃음을 가진 나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를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일상과 삶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체험이기도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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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 이현주의 생각 나눔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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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많은 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이 마냥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오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는 일이다. 주어진 인생이 오늘 하루라면,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는 인생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

저자 이현주는, 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동화작가 번역문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으로, 주식회사 드림과 드림실험교회라는 단체를 운영한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저자에 대한 정보는, 그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도대체 이 책, "그냥 사람의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 "평화가 길이다"에서, 저자는 세상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그가 종교인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기에 여러 글에서 종교적 관점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비판하고 조언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지금의 시대에서 무한 경쟁이라는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은, 그러나 달리기에서 넘어진 친구를 데리고 함께 뛰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직은 희망이 있고 감동이 살아 있는 세상임을 이야기한다.

종교 다원론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 역시 분명하다.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만을 중시하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일부 종교인과는 달리 모든 종교와 모든 사람은 결국 하나이며 서로 돕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하는 공동체임을 말하고 있다. 때론 말장난같은 내용이 있고 선문답같은 엉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화로운 세상에서의 공존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잘못을 바로 잡아가자는 것이다.

"눈으로 먹는 음식, 입에 들어가는 음식 뿐만 아니라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조심해서 가려야 합니다. 사람은 귀로도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먹습니다."

저자의 두번째 이야기는 "나"에 대한 발견이다. "그냥사람"이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2부는, 저자는 물론이고 책을 읽는 나와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자아를 찾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쓰고 있다.

"육체의 마비는 부끄러워하면서 정신의 마비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그 어리석음이 얼마나 크다 하겠습니까. 늙어가면서 자기 생각에 스스로 갇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기는커녕 그것이 겁나서 사납게 공격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는 말자고 자신에게 자주 타이르곤 합니다."

다소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이 부분에서는 상황에 반응하는 것(137쪽), 마음에 드는 일(149쪽), 용서(163쪽) 등에 대한 다양한 일상적 주제를 이야기한다. 특히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오늘 하루"라는 짧은 글에서는 우스개로 인생의 자세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 이현주는 그의 말대로 보통 사람이다. 예전 누군가 이야기했듯 "보통 사람"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자 하는 그것이 아니라, 진짜 보통 사람인 것이다. 목구멍에 가시가 박혀 고생한 이야기를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흘려 쓴다. "그래 나 이런 사람이요"라고 말이다. 글에서 어떤 의미를 찾거나 되새길 필요도 없이, 나와 같은 평범하고 무던한 사람이 때로는 사물과 현상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 그 의미를 조금은 둘러 표현하고 적어본 것이다. 그의 말대로 그는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깨달음과 배움을 얻는 것은 "나"와 "우리"다.

하느님에게 기도하며 "항상 함께 하소서"라고 말하지만, 정작 하느님은 늘 곁에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말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나무란다. 그는 종교인이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아직도 노력할 것이 많은, 성숙하지 못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깨달음으로 반성하고 희생하며 사는 인생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현실에서, 많은 이들은 "종교"나 "기독교"라는 형식을 빌어 내세우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곤 한다. 최근의 사회적 현상과 정치적인 상황까지 맞물려 "종교"는 하나의 권력이기도 하고 하나의 "특권"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습게도, 기독교인을 내세우는 저자의 이 책은 비록 그가 목사라는 "종교인"의 신분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경이나 예수, 하느님을 빙자한 가식적 설교나 우월 의식, 남을 가르치고 끌어당기고자 하는 인위적 의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순수한 인간적 느낌으로 다가서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눈과 머리로 읽지 말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소화해야 한다.

저자는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대운하와 같은 공사, BBK 사건 등에 대해 잠깐씩 건드리며 지나가는데, 정치적인 성향을 가졌다기 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잘잘못을 말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책은, 종교와 하느님에 대한 궁극적 주제로 접어들며 마무리하고 있다. 3부 "한 말씀 얻습니다"는 제목처럼, 여러 가지 말씀과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편하게 쓴 글이지만 실상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에는 가끔 난해하고 어려운 진리가 있기에, 이 내용은 분석하며 읽을 것이 아니라 그저 눈으로 흘려보내며 마음에 남기를 바라는 식으로 훑어가야 한다.

가끔씩 재미있는 표현과 내용을 통해 잔잔한 웃음을 더해주고 있는 저자는, 그 자신이 말하듯이 이 아무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별하고 특출나서가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서 살아오며 느낀 삶에 대한 진솔하고도 깊이 있는 그의 이야기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깨달음이란 어떤 위대하고 유명한 사람의 철학과 사상에서 전해지기 보다는, 평범하고 보잘것 없을지라도 진심이 담긴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임을 알게 해준, 작은 발견이라고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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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는다 내가 답한다
양순자 지음 / 열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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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년 동안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온 저자는 서울 구치소 교화위원이자 양순자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분이다.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겪어온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간단한 문장을 통해 풀어내는 과정에서,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을 앞둔 사형수들과의 만남은 저자에게도 영향을 주어, 그는 이제 인생을 돌아볼 나이에 즈음하여 자신이 마치 사형수가 된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자 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산다는 말도 곁들이고 있다.

200쪽 분량의 책은 두 시간 정도면 쉽게 읽을 수 있다. 책을 받아들고 중간에 잠시 쉬면서 세 시간만에 읽어버린 나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나 자신과 인생,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해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다. 두 시간의 읽기는 적어도 두 달 동안의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삶, 죽음, 인생에 대해 세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녀가 만나온 사람들의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해서 진솔하게 풀어 쓰고 있는 문체는 마치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앞에 앉아 인생을 돌아보며 조언을 들려주는 할머니의 느낌 그대로다. 때론 상기된 목소리로 때론 차분한 분위기로, 그러나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생에 대한 주제에서, 저자는 칼릴지브란의 시를 인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다. 저자가 요약 정리한 내용은 이렇다.

부부 사이에 빈 공간을 두어라 바람이 지나가게
서로 사랑하되 서로 포개어지지는 마라 숨이 막힌다
당신의 마음을 줘라
그러나 상대의 고유 영역은 침범하지 마라
그리고 함께 가라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 않으면서 이심이체로 가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주로 사형수들에 관한 내용이다. 용서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과 함께 쉽게 용서를 하지 말하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역설적이다. 용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 아픈 일을 돌이켜보며 그를 글을 빌어 용서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그녀의 조언에서 그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단어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살아서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 번 살아보자. 그러면 용서 못 할 일 없고 싸울 일 없고 속상해할 일 없고 하루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다. 그래서 매일 고맙다."

사실 교화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성공한 교화의 사례외에 가슴 아픈 일이나 실패한 경우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 속에서 찾는 삶의 의미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결국 같은 인간이니까 말이다.

인생 이야기는 다양한 상담 사례를 엮고 있다. 어쩌면 그녀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실수한 일도 있었고 뻔한 내용도 보이는 것이겠고, 그래서 그녀의 사례와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이 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닐까.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수필이나 가볍게 흘려쓴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누구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것은 그저 다른 이의 인생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아야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말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 이전에,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사실이다. 때로 나와 생각이 다른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책을 통해 가족과 인생,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잠들어 있던 나의 감성을 깨우고 지쳐있는 인생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죽음을 앞에 둔 사형수들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은 이것이다. 어떻게든,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현재의 내 모습에 감사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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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야기 -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세계 청소년의 롤모델 오바마의 도전하는 삶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2
헤더 레어 와그너 지음, 유수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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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아빠, 오바마는 살아 있는 사람이야?" "당연하지. 오바마는 다음 미국 대통령에 뽑힌 사람이란다."

전세계가 어려운 경기 불황 속에서도 미국 대선을 보고 드라마같은 벅찬 감동을 느끼는 요즈음, 딸 아이에게 오바마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권해주었을 때 아이가 처음 던진 물음이었다. 위인전이라 하면 대개는 과거를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이기에 아마도 아이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한 손에 잡힐 듯 얇은 두께에 큼지막한 글씨체로 쓰여진 이 책은 그렇게 아이들이 보기에도 적당했다. 시중에 출간된 수십종의 오바마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오바마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자서전 전문 작가인 헤더 레어 와그너의 작품이다. 게다가 이 책은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출간되었기에 그 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국내에서 출간될 즈음에 내용을 보완하여 오바마의 연설문과 당선까지의 기록들을 추가한 정도이다.

약 300쪽의 분량에 1/3이 연설문이고 보면, 오바마의 일생을 이해하는데는 200쪽 정도를 할애하면 되니 가뿐하게 하루 정도면 금방 읽어 넘길 수 있다. 몇년전 오바마에 관해 처음 들었을 때, 그가 분명 가능할 것이라는 나름의 느낌을 가졌었던 신선한 충격이 얼마전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감동으로 실현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나와 같이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이다. 왜 그가 가능했을까 하는, 그의 연설에도 나오는 "Yes We can!"인 것이다.

2. 요약

오바마 이야기는 모두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 사춘기, 청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 그리고 정치인 오바마로서의 이야기다. 누구나 삶 속에 아픔과 상처를 안고 살듯이 오바마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인생이 감동적인 것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했다는 것에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의 오바마는 불행했다. 아프리카 흑인 조상을 둔 탓에 친인척 관계가 복잡했고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한 부모는 이혼하고 어머니를 따라 살게된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은 어린 오바마에게 힘든 시절이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두번째 결혼 역시 실패로 끝나며 부모와 가정이 평온하지 못한 환경의 오바마는 안정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라면서 흑인이라는 본질적 원인에서 오는 현실적 차별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은 한 때 오바마를 방황과 일탈로 이끌었다. 같은 흑인 친구를 거부할 정도로 자아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오바마에게 의미를 던져준 것은 아버지의 연설. 아버지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던 오바마는 우연한 기회가 하게 된 대학 시절의 연설을 통해 자신의 장점과 사회에서 필요한 것을 깨닫고 사회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사회 운동을 위한 법의 필요성을 깨달아 하버드 로 스쿨에 입학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간다.

정치인으로서의 오바마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치에서 자신의 이익이나 당의 방향보다는 현상과 문제의 해결 자체에 중심을 두고 소신껏 활동하던 그는 서서히 지지 세력을 넓히기 시작했고 한 때 연방 하원에 도전하여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딛고 일어서 대통령 당선이라는 오늘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3. 평가

자서전 전문 작가가 대통령 후보로서의 오바마를 썼다는 사실에서,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책에서는 가끔 오바마의 긍정적이고 좋은 면에 대해서만 서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구성이나 문체 내용을 통해 평가할 부류가 아니다. 오바마 이야기는 "오바마"를 이해하는데 목적을 두고 읽어야 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자신을 되찾아 가며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를 위해 매진하여 꿈을 이루어낸 사람, 그의 일생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할 것은 긍정의 힘과 꿈을 향한 열정인 것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이면서도 흑백의 차별과 사회적 인식이 뿌리깊이 박힌 미국이라는 땅에서 그가 이루어낸 것은 단순히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욕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오며 극복하고 이룬 것을 사람들이 진심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덕분이 아닐까. 그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 역시 현실에 찌들고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희망"은 항상 작은 것에서 시작하여 현실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일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연설문은 말 그대로 연설문으로 이해해야 한다. 직선적이고 세밀한 표현을 더하는 우리의 정서와 은유를 통한 비유와 함축적 의미를 가지는 서양인들의 그것은 분명 다르기에 표현 자체가 쉽게 와 닿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영어 공부를 한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훌륭한 연설문의 영문 표현을 배운다는 점에서도 쓸만한 자료라 생각하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이 연설문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과 정치를 떠나 "미국의 변화와 발전"을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오바마의 정신을 배우는 계기로 삼는다면 충분할 것이다.

최초에는 여러 오바마 관련 서적을 읽고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다른 책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한 권의 이야기로 끝낸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책들을 정리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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