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묻는다 내가 답한다
양순자 지음 / 열음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30년 동안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온 저자는 서울 구치소 교화위원이자 양순자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분이다.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겪어온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간단한 문장을 통해 풀어내는 과정에서,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을 앞둔 사형수들과의 만남은 저자에게도 영향을 주어, 그는 이제 인생을 돌아볼 나이에 즈음하여 자신이 마치 사형수가 된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자 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산다는 말도 곁들이고 있다.

200쪽 분량의 책은 두 시간 정도면 쉽게 읽을 수 있다. 책을 받아들고 중간에 잠시 쉬면서 세 시간만에 읽어버린 나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나 자신과 인생,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해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다. 두 시간의 읽기는 적어도 두 달 동안의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삶, 죽음, 인생에 대해 세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녀가 만나온 사람들의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해서 진솔하게 풀어 쓰고 있는 문체는 마치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앞에 앉아 인생을 돌아보며 조언을 들려주는 할머니의 느낌 그대로다. 때론 상기된 목소리로 때론 차분한 분위기로, 그러나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생에 대한 주제에서, 저자는 칼릴지브란의 시를 인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다. 저자가 요약 정리한 내용은 이렇다.

부부 사이에 빈 공간을 두어라 바람이 지나가게
서로 사랑하되 서로 포개어지지는 마라 숨이 막힌다
당신의 마음을 줘라
그러나 상대의 고유 영역은 침범하지 마라
그리고 함께 가라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 않으면서 이심이체로 가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주로 사형수들에 관한 내용이다. 용서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과 함께 쉽게 용서를 하지 말하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역설적이다. 용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 아픈 일을 돌이켜보며 그를 글을 빌어 용서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그녀의 조언에서 그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단어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살아서 죽었다고 생각하고 한 번 살아보자. 그러면 용서 못 할 일 없고 싸울 일 없고 속상해할 일 없고 하루하루가 덤으로 오는 보너스 같다. 그래서 매일 고맙다."

사실 교화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성공한 교화의 사례외에 가슴 아픈 일이나 실패한 경우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 속에서 찾는 삶의 의미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결국 같은 인간이니까 말이다.

인생 이야기는 다양한 상담 사례를 엮고 있다. 어쩌면 그녀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실수한 일도 있었고 뻔한 내용도 보이는 것이겠고, 그래서 그녀의 사례와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이 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닐까.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수필이나 가볍게 흘려쓴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누구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것은 그저 다른 이의 인생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아야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말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 이전에,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사실이다. 때로 나와 생각이 다른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책을 통해 가족과 인생,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잠들어 있던 나의 감성을 깨우고 지쳐있는 인생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죽음을 앞에 둔 사형수들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은 이것이다. 어떻게든,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현재의 내 모습에 감사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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