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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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나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짧은 여행이나 여행서를 통한 간접 체험으로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이 말하곤 한다. 대표적인 여행지와 그곳을 여행하는 동안에 만나는 사람들과 문화는 그 나라의 느낌을 전해주겠지만, 제대로된 이해를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 문화와 현황, 미래상에 대해서 모두 이해하고 그 나라를 만날 필요도 있다.

대개 외국을 소개하는 책들은 유명 관광지나 전통있는 풍습이나 역사 등에 대해서 주제별로 나누어 소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글쓴이가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잘 이해하고 경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가령 우리 나라에 대한 책을 쓴다고 할 때 과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서 쓸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우리 나라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맛살라"는 인도에서 여러 가지 향료를 섞어서 특유의 인도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 "맛살라"는 음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인도 특유의 "섞어서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르는 용어로 발전했다. 마치 이 책 자체가 "맛살라"의 느낌을 주고 있듯이 말이다.

인도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며 문화홍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인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은 기간의 여행만으로 겪은 느낌이나 여행지에 대한 객관적 소개가 아니라 인도의 현재 모습과 발전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인도의 근본적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 인도와 한국의 교류라든지 하는 내용까지 다양한 주제를 싣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인도를 여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는 않다. "인도 여행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경험에 의하면, 어떤 나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여행서로는 부족했다. 언젠가 가보았던 호주를 이해하는 것은 호주의 문화와 호주 사람들의 생각, 호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읽고나서야 가능했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인도. 이곳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전통에서부터 최근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필요했다. 이 책이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채워주고 있다. 

11억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가진 인도는 중국과 함께 최근에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근원적인 신분 제도 카스트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문화와 교육, 경제적 풍요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인도의 모순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반면에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정부 관료들의 부정 부패와 무능함, 게으름은, 해결해야할 일이 많음에도 그 과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이 체계적인 계획과 개혁을 통해 발전적 자본주의 성공의 모델을 보여준 반면 인도는 중국을 경쟁자로 생각하면서도 그처럼 체계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도를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먼저, 인도의 현재 모습을 통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진 나라인지를 보여준다(산업). 다음으로, 인도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에서의 문제점과 해결 과제, 현황 등을 이야기한다(사회). 세번째로는 인도의 문학, 종교, 음식 등 역사와 전통에 대해 소개한다(전통). 끝으로 인도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의 모습과 인도와 한국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다(관계). 한 권의 책이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이 책 역시 중요한 주제별로 간략한 소개를 하고는 있지만 다양한 인도의 모습을 여러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인도에 대해 이해하고 알 수 있었던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인도는 가난한 나라이지만 저자는 인도의 의료 서비스가 매우 훌륭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비인후과와 치과 치료의 경험을 예로 들며, 깔끔하고 세련된 시설과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의사들의 친절하고 책임있는 서비스는 우리 나라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기에 인도의 긍정적 산업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의 이야기는 청렴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의 형이 자전거 수리를 하며 살았다는 것을 통해 국민에 봉사하는 공직자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카스트 제도라는 오랜 신분 제도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고 사회적으로 차별당하고 사는 인도지만, 그래도 우주 항공 산업이나 철강, 자동차, 의료, 심지어 영화 등의 문화 산업에 이르기까지, 인도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가도 인도에서 여러명 나올 정도로 산업이 발전하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앞서가지만, 그러나 인도의 고질적 문제인 빈부의 격차와 신분 제도, 종교를 바탕으로 하는 윤리 의식과 가치관은 그들 스스로를 옭아메고 있는 인습이기도 하다. 부의 축적이 윤리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일부 나라와 달리 인도에서는 부를 쌓는 것 자체가 전생의 모범적인 생활 덕분이고 종교에서도 부를 하나의 가치관으로 인정하고 있기에 오히려 가난은 멸시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모순된 삶을 그들이 선택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도의 다양하고 모순된 모습은 사실 종교와 인종에서 비롯된다. 다수의 국민들이 믿고 있는 힌두교의 윤리와 함께 여러 인종들이 섞여서 살고 있기에, 비록 그들이 한 때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영어권 국가라 할지라도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영어를 쓰는 인도 사람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들의 현실이 매우 복잡 다양한 것임을 미루어 짐작케 하는 것이다.

게다가 복잡한 종교와 인종의 혼재는 많은 테러와 분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도로부터의 독립 또는 파키스탄에 귀속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카슈미르는 인도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기도 하다. 이는 정치에서도 복잡한 이해관계로 나타나, 결국 인도가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고 발전적으로 나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는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인도는 초등학교 무상 교육이 이루어지고 중학교도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실제 중학교 진학율이 4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에 있어서의 소외나 빈부격차가 심하다. 더욱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출근하지 않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25%에 이를 정도로 교육계가 부패한 현실도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빈부의 격차와 교육 기회의 평등을 외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모순이 아닐까.

그럼에도 인도는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편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는 인도의 정치 상황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인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하나의 뿌리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과 역사, 종교에서 나오는 가치관에 바탕을 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든 현실을 벗어나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잠재적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가 소개하는 악바르 대제 시절의 인도는 우리의 역사속 성군들과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제는 "인도 속의 이색풍경"이라는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Incredible India라는 주제로 홍보가 되기도 하는 인도에 대해, 놀랍고도 이상하고 긍정적이면서도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인도의 복잡다양한 여러 모습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순이 있으면서도 가능성을 가진, 폭발력을 가졌지만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인도의 모습을, 인도를 홍보하는 한 문장으로 짧게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말 Incredible India가 아닐 수 없다.

타지마할로 대표되는 인도의 전통과 현재의 모습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으로 손꼽게 한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춰진 인도의 모순과 어두운 현실은 인도를 상상 속의 아름다운 궁전과 꿈이 있는 나라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 속의 한 나라임을, 그리고 발전성을 가졌음에도 현실에서 극복해야할 많은 문제들을 가진 어려운 난국에 처한 위기 속의 웃음을 가진 나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를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일상과 삶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체험이기도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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