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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다음 -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희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모든 사람들은 있다가 없어진다(14쪽)는 책속의 문장처럼 사람에게 있어 죽음은 필연이다. 죽음이라는 필연의 과정을 현대 사회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죽은 다음』은 소외되고 배제된 죽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통과 고정관념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현시대 장례의 주소를 다시금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건네주고 있다. 책이 주장하고 있는 바처럼, 죽음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에 가려진 불평등함을 세상에 드러냄과 동시에 지금 현대에 있어 장례의 가치가 어떻게 재정립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작가는 우리가 '죽은 다음'에 가져야할 태도에 대한 이야기 또한 전하고 있다.
『죽은 다음』은 르포르타주 형식의 작품으로 인터뷰를 기록한 작품이다. 장례 과정에 참여하는, 노동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며 세간에서 잊혀지는 그들의 노동과 돌봄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와 오은 시인의 추천의 말은 이 책이 지닌 의미를 계속해서 곱씹어보게 만든다.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이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던지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삶과 돌봄과 사회과 어떤 것인지에 관한 독자들의 질문"(5쪽)을 확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책을 구성하고 있는 글들의 내용이 좋은 것도 사실이나, 개인적으로 조금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책의 차례이다. 고복, 반함, 성복, 발인, 반곡, 우제, 졸곡으로 나눠져 있는 본문 구성은 장례의 절차에 따른 구분이다. 실제로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에는 각 절차의 의미와 현실적인 절차─고복의 경우 시신 검안, 사망진단서 발급이 해당된다─를 함께 병기하고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장례 노동자들의 업무에 대해 더 자세한 이해를 도울뿐만 아니라 책의 연출적인 부분으로서도 굉장히 매력적인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장례의 절차를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장례 노동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을 수 있게 된다. 앞에서 형식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면, 이제는 내용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장례 '노동'자들의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사라져가는 전통 장례 문화들, 또 이 책의 후반부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무연고자의 장례와 가부장적인 장례 문화를 균열을 내고자하는 시도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이야기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장례와 애도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죽음과 다양한 '죽은 다음'의 이야기들, 어디서도 본적 없는, 볼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희주 작가는 이제 공공연한 것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죽음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고 있는 요즘, 충분히 애도할 수도 없이 각박해진 요즘. 그런 요즘에 『죽은 다음』이 세상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나 죽은 이는 산 자를 구한다"(378쪽)는 희주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게 죽음은 먼 이야기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느 누군가의 '죽은 다음'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여러 삶들이 겹쳐지고 때로는 끊어지며 사람들의 인생을 흘러가고 세상은 흘러간다.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 죽음이 있었기에 삶의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그 말처럼, 많은 현대인들이 『죽은 다음』의 첫 장을 넘겨보기를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